독서라는 여행을 위하여
-나에게 인터뷰란 무엇인가
*이 글에 나오는 인용문은 모두 강신주 저자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 그 에필로그 '독서라는 여행을 위하여'에 나오는 인용문들입니다.
여행을 통해 아무것도 얻지 못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소크라테스는 말한다.
"아마도 그는 자기 자신을 짊어지고 갔다 온 모양일세."
-몽테뉴, <수상록>
그런 의미에서 여행 갈 때에는 명함을 가져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그 안에 담긴 연락처를 주고 받는 의미라면 괜찮지만.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자신이 어떤 지위이고.. 그것은 내가 살던 사회에서 통용되는 나이고, 여기 지금 나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뎠다. 그러니 그 전에 입고 있던 '나'라는 갑옷을 입지 않고,
나를 유채원이라는 이름 이외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태초의 '에바(Eve)'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선 책이란 속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자라고 생각하고서,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보든가 혹은 썩고 타락한 사람들이라면 어휘들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읽는 책은 전번 상자에 담긴 상자, 혹은 그것을 담는 상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석을 달고, 해석을 하고, 설명을 요구하고, 결국 책에 대한 책을 쓰게 되고, 같은 식으로 끝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들뢰즈 <대담>
강신주 씨는 이 독서법을 두고 논문을 쓸 때를 떠올리셨다. 나는 GRE에서 타임하는 것을 떠올렸다. (영어토론동아리에서 Economist지 스터디하는 것)
혹은 스타트업 인터뷰가 나에게 그렇다.
그 스타트업은 뭔가 담겨 있는 상자다.
아이폰 5를 샀다고 가정하면,
그 상자 안에는 아이폰이 있고,
간단한 사용설명서가 있다.
내가 하는 일은
아이폰이라는 유형의 상품과
사용설명서라는 기능
을 두고 탐구하는 것이다.
스타트업 인터뷰에 대입해보면
나는 유형의 서비스와
그것이 전달하는 기능을 두고 탐구한다.
(때로는 사용설명서를 그대로 옮기기도 한다.)
스타트업 인터뷰도 이렇게 진행할 경우에는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폰5의 책임자를 만나
좀 더 살아있는 설명을 들을 뿐.
유익하긴 하지만 그뿐이다.
그 상자 안에는 '이성'만이 자리한다.
책을 읽는 또 다른 방식은 책을 어휘나 의미를 찾는 것과는 무관한 하나의 기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것이 작용을 하는가, 어떻게 작용을 하는가?"하는 것만이 문제가 된다. 그것이 어떤 작용을 하는가? 만일 작용이 없으면, 그럼 다른 책을 집어 들면 된다. 바로 이것이 강렬한 독서이다. 무엇인가 발생하든가 아니면 아니든가, 그뿐이다. 아무런 설명할 것도, 이해할 것도 해석할 것도 없다.
-들뢰즈 <대담>
스타트업 인터뷰가 아닌
사람 인터뷰가,
삶의 인터뷰가 되는 순간이다.
그 창업가와 인터뷰를 하면서
그 사람의 삶에, 인품에 감동하고 나면
나는 내 개인적인 삶의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한다.
그 질문들은 나에게 '작용'하기 때문에
그것은 표면적으로 내 표정으로 번지고,
내면적으로 내 마음에 번진다.
스카이클리어앱스의 창업가, 그리고 Answers.com의 창업가인 로젠버그 씨(인터뷰 때는 curiyo의 창업가로서)를 인터뷰할 때가 그랬다.
스카이클리어앱스의 창업가는 다른 스타트업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회사명 하에 여러 가지 애플리케이션이 있었고, 각기 iOS 마켓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는 삶을 정말 '제대로' 살고 있음이 느껴졌다. 나를 모든 팀원들에게 소개하고, 고객들의 피드백을 나에게 직접 보여주었다. 그의 자신감이 놀라웠다. 나는 스타트업에 대한 질문을 끝낸 뒤에 그 자신에 대한 인터뷰 질문들을 해나갔다. 그의 강력한 리더십이 어디에서 나올까 궁금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취미(운동)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로젠버그 씨의 인터뷰기는 인터뷰 후에 바로 다루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바로 30분 후에 6개월 동안 씨름한 파이버의 미카 씨 인터뷰가 후에 나에게 크게 자리잡아 인터뷰기를 먼저 작성했다. 그는 따뜻하고 인자하며 겸손한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으로 기억에 남는다. 나를 인터뷰어가 아닌 따뜻한 체온을 가진 '인간'으로, 인격적으로 마주하고 계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더욱이 Answers.com의 창업가인 그가 아무것도 아닌 나와 인터뷰하기 위해 예루살렘에서 텔아비브까지 오시다니...
그는 작년에 심장질환으로 큰 위기에 처했다가 다시 일어서면서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더 느끼고, 삶에 감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후에 그는 나와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나와의 인터뷰가 참 좋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먼저 나와 찍은 사진을 올려준 인터뷰이는 로젠버그 씨가 처음이라 정말 감동적이고 감사했다.
이 말을 책에 대입하자면,
들뢰즈의 이 말은 자기계발서를 떠올리게 한다. 리니는 자기계발서를 두고 욕을 했다.
리니: 자기계발서에 쓰인 것은 단지 그가 성공한 방식일 뿐이야. 우리는 그 사람과 성격도, 성향도, 경험도 달라. 그런데 천편일률적으로 그 방식을 우리가 따라하면, 과연 우리도 그 사람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봐. 오히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자기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자기계발서를 참 좋아했다. 22살 때까지는 자기계발서만 찾아다녔던 것 같다. 리니의 말은 나에게 실천에 대한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가 자기계발서를 읽고 나서 자기 스스로 책의 내용을 일상에서 실천을 했냐는 것이다. 만약 실천이 따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좋은 말일 뿐이다. 진정성. 아리스토텔레스는 설득의 요건 3가지로 이성, 감정, 그리고 세 번째로 이야기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여야 비로소 진정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 진정성을 자기가 먼저 갖추고 -Self Leader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파할 수 있다면 그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항상 이런 '강렬한 독서'를 하고 있었다. 아니다. 솔직해지자. '짧고 강렬한 독서'라고 해야겠다. 나는 다 읽은 문학책이 별로 없다. 소설을 읽다가 집중하기 힘들면 바로 다른 책을 집어든다. 역사책이나 자기계발서, 실용적인 책들처럼 곧바로 나에게 작용할 수 있는 책을 찾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다 읽고 나서도 나에게 '작용'하지 않는 문학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일까? 그냥, 주인공에게서 다른 삶의 일면을 보았다. 라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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