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3일 일요일

[ISUP/이스라엘 생존기] 이스라엘에서 두 번째 이사 - 나의 빈티집 이야기

한 달 간 정들었던 빈티지집을 나왔습니다. 



Vintage House Story
빈티집 이야기





왜 빈티집이냐고요?

음 이 집엔 새 것이 없거든요.
제가 들어온 그 날부터 모든 게 손때묻은 것들이었고,
저는 그 안에 금방,
그 이전부터 살았던 것처럼 녹아들 수 있었습니다.


또 낡은 물건들 때문에
또 재미있는 규칙들이 있어요.

현관 문고리는 닫을 때마다 땡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지므로
다시 주워서 끼운다.

나무변기는 깨져 있기 때문에 올리지 않는다.

리짓이 나가지 않게 늘 뒷걸음쳐 나간다.

마치 해리포터에 나오는, 미친 물건들이 가진 규칙처럼요. 
그렇담 리짓은 크룩생크로군요. 


인터뷰를 나가기 전
저 모자를 비장하게,

마치 신사가 중절모를 쓰듯
왼손으로 조심스레 제 머리위에 올려놓습니다.
어디서 보고 배웠는지 모르겠어요.

누군가 이 모습을 봤으면 
꼭 따라할 것 같은 그런. ㅋㅋ


저 액자는 장롱 안에 들어있던 건데, 
마음에 들어서 세워두었어요. 

리짓 때문에 늘 침대에 고양이털이 가득해서
초반에만 이렇게 작게 잠자리를 폈는데, 
나중에는 익숙해져서 그냥 이대로 살게 되더라구요. 



저 나무로 된 창문을 참 좋아해요. 
창 밖의 나무도 참. 
열때 나무로 된 창살을 검지로 꾹 밀면.


이 책상에 앉아있으면 늘 리짓이 뛰어올라와 저를 방해하기도. 



제가 가져온 책 두 권. 

임준원 대표님께서 선물해주신 린스타트업,
그리고 창업국가
도서관에서 훑어보고 어차피 이스라엘 가니 잘 됐다
해서 선택한 책인데,
며칠 안 돼서, 이 책이 이스라엘에 가는 필수준비물이라는 것을 알게됐어요.

말하자면 두 책은

린 스타트업 - 스타트업
창업국가 - 이스라엘

저의 두 키워드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겠네요. 




너무나 익숙한 풍경.
주말에는 하루의 80%를 이 자리에 앉아 보냈지요.

이렇게 앉아서 마리나랑 얘기도 하고. 

이 식탁은 저의 작업공간



네 압니다.

너저분한 거실.
우리 세 사람 다 곧 이사갈 것을 알기에
방치해두는 풍경..
이라고 변명을 하지만

사실은 
평온한 난장판



작업을 하다가 아아 안 되겠어 하면

발코니로 달려가 
난관을 잡고 바깥으로 숨을 토해냅니다.

배의 난관에 기대듯 그렇게.
Brodetsky 58번지의 풍경.



작업을 끝내고 
나른한 오후 두 시가 되면
이 소파에 앉아서 백일몽을 꿉니다.

앉으면 이거 소파맞아? 할 만큼 둔탁한 느낌이지만.







저는 우크라이나의 두 아가씨들과 살았습니다. 
이야기가 쏟아질 것 같은 냉장고의 자석들.



저의 Flatmate들을 소개할게요!



너무나 멋진 Flatmate 두 사람. 줄리아와 마리나
그리고 이 고양이가 리직.






줄리아



제가 이 집에 오던 날 
줄리아는 여름캠프에 갔어요. 

바리바리 싸들고 간 짐이
다 아이들 줄 음식이라며
집을 나서는 천사같은 아가씨.

저에게 
고양이를 부탁해.
하며 써놓고 간 것.

문 열때마다 고양이를 조심하라고?


아니나 다를까,
제가 밖으로 나갈 때는 
항상 리짓을 쫓아내는 시늉을 하면서
뒷걸음질로 밖으로 나가야 했어요. 


한 달 살면서 두 번,
리짓이 정말 문 틈새로 나가버려서
저를 혼수상태로 만들었습니다.

차 밑, 덤불숲 사이에서 리직을 안고 돌아오면 벌렁거리는 가슴
그리고 그 자리에 수많은 리짓의 털..ㅎㅎ



마리나Marina

마리나가 없었더라면,

저는 우울증에 걸렸을 것입니다.

제가 일로 힘들 때마다 
제 얘기를 잘 들어주었어요.
한국에 대한 일인데, 회사에 관한 일인데 마리나가 어떻게 이해해주겠어.
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잘 경청해주고 조언도 해줬어요.

마리나는 제가 한국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참 좋아했어요.
너무나 시크한 이미지의 이 바텐더가
웃을 때는 얼마나 아이 같은지 :)

또 자기 음식을 늘 나눠줬어요.
제가 처음 온 날은 레몬을 띄운 차.

일주일에 한 번
냄비 한 가득 만드는 붉은 우크라이나 수프 Boush..
얼마나 개운한지,
밤샘작업을 할 때 좋은 식사가 되어주었어요.

또 단 것을 좋아해서,
초코케이크, 아이스크림 등을 사오면 꼭 같이 나눠먹고.

어느 날 밤은 체코의 체리맥주를 가져와 
한 잔 하기도 했습니다. 


아아 그리고 저에게 히브리어를 가르쳐줬어요!

아트 모라 토바 (넌 정말 좋은 선생님이야)





이 집을 보러왔을 때 참 마음에 들었던 욕실
특히 저 세계지도 커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샤워할 때마다 지도를 보겠구나!
했지만 실은 별로 안 보게 되더라는 ㅋㅋ

 

 






이렇게 텔아비브 대학교 기숙사,
새 집에 이사를 왔습니다. 

이 집에서 새롭게 쓰여질 이야기들





 포스팅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아가씨가 이스라엘에 대체 뭐하러  건지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요기로 놀러오세요!

텀블러 evaisup.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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