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3일 일요일

[ISUP/ 이스라엘 그녀의 스타트업 인터뷰기] 엠마부틴 Emma Butin 씨와의 첫 만남 그리고 인터뷰

엠마 부틴 Emma Butin 씨와의 인터뷰



최고급 빈티지 와인과 그저 빈 병
그녀와 나를 비교하자면 그렇다.
왜 그녀는 나를 멘티로 받아준 것일까.




그녀의 집에 찾아가는 것부터 만만치 않았다. 

Rothschild에 위치한 그녀의 집.
나는 아름다운 가로수길을 애써 무시한 채 
구글맵의 지도와 빌라의 번지수를 번갈아 확인해가며
재게 발걸음을 놀렸다.

늘 여유를 두고 약속장소에 도착하기 때문에
늦은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그녀의 집을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번지수, 호수도 확인하여 벨을 눌렀으나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다행히 안에 계시던 청소부 아저씨가 문을 열어주셨다.

나는 엠마의 집으로 예상되는 11호 앞에서
벨을 눌렀다. 

하지만 개 짖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 집이 아닌가.. 라는 생각에
영어를 못하는 청소부 아저씨와 몸짓 발짓으로 
'다들 지금 놀러가고 없을거야.'
'아니에요. 여기서 약속이 있어요.'
'3호, 4호는 어쩌면. 다른 데는 없어.'
'아저씨 따라 저도 같이 올라갈래요.'
하다가

결국 길거리를 지나는 한 아가씨를 붙잡고,
히브리어로 쓰인 11호의 주인이름을 읽어달라고 했다.
"엠마 부틴. 이라고 하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엠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에바, 미안해요. 내가 샤워중이라 초인종 소리를 못 들었나봐요."


나는 현관이 닫히지 않게 꽂아둔 
생수 페트병을 빼고, 
다시 11호로 올라갔다.

벨을 눌렀을 때,
다시 개 짖는 소리가 들렸으나 
이번에는 잠자코 기다렸다. 

엠마가 문을 열어주었다. 


엠마는 젖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에바씨, 3분이면 돼요. 그 동안 저는 빨리 개랑 잠깐 나갔다 올게요.
편하게 있으시면 돼요."

놀라웠다. 
내가 생각한 것은 좀 더 무게있고, 연륜 있는, 
창업가, 멘토, 강연가, 작가 등 너무나 많은 업적을 이루어
이제는 한 발 물러선 느낌의 
비즈니스 여성이었는데, 

ed가 아니라 ing였다.
가볍고 경쾌한 느낌의, 젊고 세련된 여자였다.

나는 그녀가 없는 동안 
잠시 그 앞의 그림에 다가갔다.


내가 저 코끼리 같다.
엠마가 나에게 진정한 가르침을 줄 것이다. 



저 쇼팽의 얼굴을 보고,
엠마의 프로필 사진과 너무 그 이미지가 겹쳐졌다.

또 이 완벽한 성공인이
쇼팽까지 치는건가
참.. 팔방미인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10시 30분

"나 정확히 10시 30분에 왔죠? 
너무 덥지 않다면, 우리 발코니에서 인터뷰해도 돼요?
나 시가 하나만 태울게요."

발코니에서 인터뷰라..
상상도 못한 것이었다. 


엠: 오늘 어떤 질문들을 할 예정이에요?

채: 엠마씨의 창업가, 멘토, 작가 등의 면모를 전체적으로 다룰 예정이에요.
그런데 실은 제가 엠마씨의 이력을 다 커버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엠: 그럼 내가 머리를 말리는 동안 볼 수 있게 내 이력서를 보내줄게요. 

나는 엠마의 이력서, 엠마가 쓴 책의 서문, 그리고 내가 정리한 인터뷰 질문들을 훑었다.



 

인터뷰는 명백한 대실패였다.
나는 다른 인터뷰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엠마와의 인터뷰를 준비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엠마는 창업가, 멘토, 강연가, 작가 등 
팔방미인으로 활동한 이력이 너무나 방대했고,
나는 그 이력들을 다 다룰 수가 없었다.

우문현답이 반복되었다.

영어조차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말을 더듬거리기도 했다.
엠마의 이력 중에 
영어, 히브리어 Expert라는 구절이 기억났다. 

이제껏 다른 인터뷰이들은 나처럼 영어가 제 2외국어여서
오히려 인터뷰를 할 때 편안하게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엠마는 완벽한 영어를 구사했다.
게다가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말하는 데 타고난 센스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상대적으로 더 말하는 데 자신감을 잃었던 것 같다. 



엠마는 잠시 인터뷰를 쉬어가자고 했다.
첫째로, 카메라 위치를 좀 더 조정했으면 좋겠으며,
둘째로, 너무 더우니 머리를 묶고 오겠다고 했다.

나는 좌절했다.
아 정말.. 최악의 인터뷰야..
내가 너무 준비가 부족했어..
엠마씨가 뭐라고 생각하실까.


엠마씨가 돌아오셨다.

채: 엠마씨, 제가 너무 단시간에 얕게 너무 많은 이슈들을 건드린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엠마씨와 어떤 얘기를 더 진행해야 할지 
함께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엠: 괜찮아요. 오늘 잘 못하더라도 내가 똑같은 옷을 입고, 
다음 주에 다시 하면 되잖아요. 하하.

나는 그녀가 얼마나 바쁜지 알기에 그 말이 너무 고맙고 죄송했다.

채: 그런데 엠마씨, 아직 이 책이 출판이 안 됐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면 제가 이 책을 바탕으로 한 질문들은 제가 기사화하면 안될것 같은데요.
다시, 엠마씨가 Geektime에 올린 기사를 바탕으로 제가 질문을 해야되지 않나..

엠: 에바씨, 그럼 내가 제안 하나 할게요. 

나는 직감적으로 그녀 입에서 나올 말이 
나에게 보물같은 제안이 될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내 예상은 들어맞았다.


그녀는 
The 10 lessons that I learned from living the Start up world
을 바탕으로 나랑 함께 앞으로 세션을 진행할 것을 제의했다. 

나로서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발코니를 나서며, 

엠: 아, 에바씨 한국이름은 뭐에요?

채: 채원이요. Chaewon.

엠: Chaewon. 좋아요. 난 채원이라고 부를래요.


난 미소를 띠었다.
외국인이면서도 나를 '채원'이라고 오롯이 불러주는 사람은, 
나 역시 그들의 이름을 기억할정도로 늘 각별한 사람들이었다.
엠마 역시
나를 '채원'이라고 불러주려한다.


채: 엠마씨 약속 나가실 때 같이 나가도 돼요?

엠: 그럼요. 그럼 지금 나랑 케밥이랑(개) 잠시 산책 갈래요?



아까는 엠마의 집을 찾아오느라 
공원의 평온
나에게까지 다가오지 않았는데

지금은 나까지 안고 있었다.



저를 멘티로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빈 병이고 앞으로 열심히 채워나가겠습니다
제가 리더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봐주십시오 

- 삶의 미술관 커빙 | the Gallery of Life |http://www.cubbying.com/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커빙에 올린 게시물.



엠마는 이 장소에서 미팅이 있었다.

엠: 여기서 미팅이 있는데, 한 번 인사하고 가요.
Gil이라는 투자자인데, 채원씨 명함을 서로 교환해도 좋아요. 

나는 Gil씨께 명함을 건내고, 엠마씨께 고개 숙여 인사하고 그 자리에서 나왔다.



나는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금요일 오후 12시 30분. 
내 샤밧(안식일)이 시작되었고,
나는 벤치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뛰는 가슴에 차오르는 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엠마가 내 멘토가 되준다니나는 믿을 수가 없다.
이 아무것도 없는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이스라엘 최고의 여성 비즈니스 리더의 제자가 되다니.

이렇게 부족한 내가 말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난 정말 모르겠다.
왜 이렇게 나에게 잘해주는 건지.
왜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지 나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저 감사히 받을 뿐이다.
내 그릇이 모자라다는 것을 매 시간매 초 인식할 뿐이다.

정말 가슴이 뛰고 황송해서 말이 안 나온다.
내가 어쩌다 이 세상에 '떨어진' 걸까.
가장 완벽한 시간들이다.
가장 완벽한.

엠마씨 고맙습니다.
저 이렇게 부족하지만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