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30일 화요일

[에바노트] 에어로빅

나는 세계러너, 그리고 세 개 러너니까
배운 것을 세 가지로 정리해보자.

에어로빅

11,12월에 잠실4동 동사무소 3층에서 에어로빅 수업을 들었다. 3개월 프로그램의 중간에 들어간 것이라 2개월치 5만원을 냈다. 그 비용이 무색할만큼 매일 아침 7시 40분부터 8시 40분까지 운동을 하면서 배운 것은 정말 값졌다.

[7:33 에어로빅 가는 길. 엄청 추워서 몸을 잔뜩 움츨다.]

11,12월에 잠실4동 동사무소 3층에서 에어로빅 수업을 들었다. 3개월 프로그램의 중간에 들어간 것인데 2개월치 5만원을 냈다. 그 비용이 무색할만큼 매일 아침 7시 40분부터 8시 40분까지 운동을 하면서 배운 것은 정말 값졌다.

하나, 언니들은 멋지다.
에어로빅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당신은 아줌마들이 뛰는 모습을 상상하며 픽 웃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이지, 세상 그 어느것도, 당신이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그것에 대해 어떻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언니들의 에어로빅복은 정말이지 화려하다. 정말 아이돌의 무대의상을 방불케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3층 강당의 굳은 문을 기점으로 그 안에서 우리는 마치 공주들의 방에 들어선 듯하다. 모두들 하루하루 예쁜 에어로빅복으로 갈아입고, 음악에 맞추어 동작을 한다. 간혹 흥이 나신 언니들이 구호를 넣으면 다들 더 신나게 한다.

수업이 끝나면 주섬주섬 우리가 생각하는 그 어머니의 옷으로 갈아입으신다. 어두운 색의 긴 치마며, 두터운 점퍼, 모자를 좀 전에 입었던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에어로빅복 위에 입으신다. 어떤 사람이든지 우리 안에는 모두 이렇게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사람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 매일 아침 에어로빅 복을 입고 거울앞에 서며 우리는 기억한다. 내 안에 깃든 그 색깔을.


둘, 건강은 중요하다.
언니들과 돌아가면서 각자의 새해 소망을 이야기했다. 일적인 이야기를 한 것은 나밖에 없었다. "중국어를 잘 하고 싶고요, 기사도 잘 쓰고 싶어요." 언니들 모두, 내년에도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란다고 하셨다. 한 언니는 교통사고 때문에 3년 간 고생하셨다며, 이렇게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하셨다.





에어로빅을 하는 언니들은 대체로 4,50대가 가장 많으며, 가장 나이가 많으신 분은 82세시다. 그런데 매우 마른 체격의 이 82세 할머니는 허리도 곧고, 말도 잘 하시며, 패션 센스도 아주 뛰어나시다. 맨 뒤에서 늘 동작을 따라하시는데 정말이지 힘들어하시는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아니, 이것은 우리들의 공통점이다. 나이를 불문하고 그 누구도 아프거나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반장님 말씀대로 아프면 나올 수 없으니까.

셋, 앞에 선다면 그만큼의 실력과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
뒤에 선다면 열심히 배우고, 부지런히 해야 한다.
강당의 전면에는 큰 거울이 있어서, 춤을 가장 잘 추고 안무를 다 외운 언니들이, 그 뒤로 갈수록 더 늦게 들어온 언니들이 서는 방식이다. 실험정신이 강한 나는 맨 처음 온 날, 맨 앞에서 했다가 한 언니의 권유로 맨 뒤로 물러나기도 했다. (ㅋㅋ) 그러다가 다시 냉큼 둘째 줄에 서게 되었는데, 내가 둘째 줄에 선 것치고 역시 안무가 너무 서툰 것이다. 그래서 나랑 같이 들어온 다른 언니와 함께 다시 넷 째줄로 물러났다. 현재 우리는 3,4째줄을 왔다갔다할 정도가 되었다.

이렇게 줄이 여러 번 바뀌는 과정에서 나는 사회의 단면을 본다. 우리는 잘 나가서 맨 앞에 설 때도 있고, 처음이라 혹은 못 한다며 맨 뒤에 서기도 한다. 나는 실력보다 깡만 그득해서 실력이 부족해도 기어코 앞에 설 수 있게 도전하는 타입이다. 뒤로 밀려나면서 내 모습이 거울에 보이지 않게 되니까 정신도 같이 해이해졌다. 안무도 대충하고, 얼굴에 띠던 웃음도 사라졌다. 뒤에서도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중요한데. 아무도 안 보고 있는 것 같지만 다들 보고 있다. 나랑 같이 온 언니는 춤을 워낙 잘 춰서 결국 점점 더 앞으로 나가게 되었다. 그 언니는 동작을 얼마나 나비처럼 가볍고 또 우아하게 하는지, 내가 정말 배우고 싶었다.

그 언니를 보게 된 것은 내가 뒷줄로 물러나면서 부터였다. 실력이 없는데 앞줄에서 무미건조하게 할 때보다 뒷줄에서 더 잘해서 앞으로 나가야지, 하면서 배운 게 더 많은 것 같다. 맨 앞에 있는 잘 추시는 언니만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뒤에 있으니 반 전체의 움직임을 볼 수 있게 됐고, 그 속의 나를 볼 수 있었다.

그러다 한 순간, 다른 언니들이 결석을 하시면 나는 앞자리로 나가게 된다. 평소에 생각없이 춤을 추면 순서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냥 앞에서 선생님이나 잘 하시는 분이 하시는 동작을 따라하는 것에 그친다. 하지만 순서를 기억하고, 또 잘 추는 사람이 뒤에 있다면 당연히 앞줄에 보내지는 것이 맞다.

[반장님께서 준비하신 다과회. 반장님께도 매일 일찍 와서 준비하시고, 
이렇게 회원들 모아주신 것에 대해 무척 감사하다.]

맨 앞줄에서 추시는 용안언니가 오늘 그러시더라. "얼마 전에 이사를 가서 집이 더 멀어졌거든요. 나오기 싫다가도, 아 가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나와요. 맨 뒤면은 안 그럴 텐데 맨 앞이다보니 와야겠더라구요." 다른 언니가 이건 뭐 출근이네 하시며 농담을 하셨다. 맨 앞에 선 자의 책임감. 새로운 안무를 배워도 흡수를 해서 맨 앞에서 리드를 해야 하는 책임감.

나는 아무도 안 봐주는데 혼자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남들의 시선을 많이 신경쓰는 나는, 밖으로 드러나는 일과 밖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일을 할 때 그 결과물에서 질적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또 무대체질이라서 교만해지기 쉬운 조건이 있다. 내년에는 나 혼자 다져가는 이런 노력이 더 필요한 한 해이다. 중국어도 그렇고 익숙하지 않은 영어 기사를 쓰는 것도 그렇다.

맨 뒷자리의 겸손함을 가지고, 맨 앞자리의 책임감을 몸에 입고 하자. 비단 맨 앞자리에 서기 위한 욕심이 아니라. 정말 내가 즐기고, 보람을 느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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