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3일 금요일

[에바노트]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


블로그
Blog

박지운님과 잠실역 던킨도너츠에서 3시간 동안 인터뷰를 했어요. 그리고 카톡으로 추가질문을 주셨습니다. 블로그를 왜 하냐고요.

 초등학교 2학년 때 저는 말하기 듣기 쓰기 과목을 퍽이나 좋아했던 것 같아요. 글을 쓰고 나서 손을 들고, 제가 쓴 글을 읽을 때 아이들이 짖궂게 놀리기도 하고, 선생님이 칭찬해주시기도 하는 그런 반응들이 참 좋았습니다. 하루는 제가 쓴 글을 읽을 참에 마침종이 울려서 선생님이 수업을 마치셨습니다. 저는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그 날 저녁 일기에 썼어요. 다음 날 아침 저는 당번이었었나 첫 번째로 교실에 왔던 것 같아요. (저는 원래 교실에 1등으로 오는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선생님의 유리가 덮힌 깨끗한 책상에 제 일기 쓴 부분을 펼쳐서 엎어놓았습니다. 그 당시 우리 반은 그런 식으로 일기 쓴 것을 제출했거든요. 그 날 말하기 듣기 쓰기 시간에 선생님이 제일 먼저 한 것은,

"채원아 일어나서 어제 쓴 작문 읽어보렴." 이라고 말씀하신 것이었습니다.

 저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저는 선생님께서 제 일기를 이미 읽어보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무척 기뻤습니다. 저는 뛰는 가슴으로 그 글을 소리내 읽었습니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두 마리의 고래가 아기고래를 낳아 그 이름을 제가 또 운에 맞게 지어주었던 것으로 끝마무리를 했던 것 같아요. 그 이름이 우스웠는지 친구들이 쑥덕쑥덕 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저는 9살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현재로서 블로깅을 하는 것은 그 때의 연장선인 것 같아요.

 다중지능 검사에서 제가 2위로 나왔던 것이 자기성찰지능이었어요. 저는 아직도 제 자신을 탐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하는 것도 좋아해요. 그것을 다시 들춰보는 일은 사실 별로 없어요. 마치 내가 지금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이, 나는 열심히 살고 있어라고 말하려는 듯이, 하지만 사실은 그냥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커빙을 할 때도 게시물을 하나 하나 올릴 때마다 이걸 비공개로 할까, 전체공개로 할까, 친구공개로 할까 고민하면서 나에 대한 단서를 얼마나 남겨야 할까 고민해요. 참 우습지요? 사실은 아무도 내가 어떻게 사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심 없을 수도 있는데.

 내가 죽을 때 내 모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어서 그 동안 제가 비공개로 썼던 일기들까지 책으로 발간된다면 하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저에게는 정말이지 쓰잘떼기 없는 이야기들부터, 그냥 일에 집중이 안 되서 펜시브에 덤블도어가 자기 생각을 끄집어내 넣듯이 잡생각들도 많이 담아두는 곳인데, 그 시대상을 반영하는 문학적 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뭐랄까. 유채원은 이런 시꺼먼 속내를 갖고 살았구나. 참 웃기는 애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기 안의 무언가 해소되는 것 같은 기분을 사람들이 느낄 수 있다면 제 인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시건방진 블로거입니다. 글을 막 쓴다 생각이 들때도 있어서 이런 저를 보고 쟤는 그릇이 작다.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텐데.. 네 맞습니다. 아직 제가 그릇이 작아요. 그럼에도 제가 쓰는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에게 너무 고맙습니다. 저를 앞에 두고 '당신 글은 정말 최악이야.'라고 경멸조로 말하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이렇게 계속 써나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 1개:

  1. 솔직한글 잘읽고 갑니다~^^
    그리고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봐요.
    다만 노력하는 사람은 있다고 봅니다.. :)
    빠이팅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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