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1일 금요일

[에바노트 / 유럽 거닐기] 체코 - 프라하 관광은 안 하고 독서 그리고 생각

프라하
Prague


새벽 6:44에 눈이 떠졌다.
어젯밤에 1:30에 잔 것 같은데 토마스가 오늘 일찍 나가야 된다 그래서
긴장한 채로 잠이 들었나 보다.

토마스는 엄마와 둘이서 살고 있는 21살 소년이다.
그는 비건(유제품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버스 안의 대화

채: 너는 왜 비건이 됐어?
토마스: 동물들을 사랑하니까. 우리 엄마는 채식주의자야.
채: 체코 전통음식은 다 고기던데..
토: 응 그래서 사실 좀 힘들어.
채: 네 생일케이크 너희 엄마가 만드신거지?
토: 응, 코코넛이랑 바나나를 넣어서 만들었고 굽지도 않았어. 정말 신선하고 몸에도 좋아.

나는 코코넛 케이크 만드는 법을 배워서 직접 만들어보는 상상을 했다.

지하철 안의 대화

토마스: 체코 사람들 어떤 것 같아?

채: 음.. 뭐랄까 한 마디로 규정하기가 어렵네.
헝가리 - 부다페스트 사람은 레스토랑의 웨이터, 그 사람의 이미지로 남아.
조용하고 상냥했고, 속눈썹까지 하얀 잘생긴 사람들. 하지만 겸손한 느낌.
오스트리아 - 비엔나 사람은 내가 방문한 도시가 비엔나라 그런지 몰라도
사람들이 마치 귀족 같았어. 품위있고, 약간 콧대가 높은 느낌. (데이빗 아저씨도 그렇게 설명했다. 오스트리아 사람은 나치 때처럼 자기 민족의 우월성을 가지고 있다고. 그런 이유로 데이빗 아저씨는 자기 가족들도 좀 싫어하셨다. 데이빗 아저씨가 중국인 여자랑 결혼한다고 했을 때 그의 형제들은 모두 그를 미쳤다고 했다. )
체코 - 프라하는 뭐랄까 개성이 강한 것 같아서 뭐라고 말할 수가 없네. 네 생각은 어때?

토: 나는 체코 사람이 너무 불친절하다고 생각해. 영어로 물으면 제대로 대답해주지도 않고, 약간 비관적이고.. 안타까워. 

나는 토마스가 말한 것을 실제로 경험했으며 사실 그대로 느꼈다.

채: 너는 체코에서 태어난 게 자랑스럽니?

토: 뭐, 중간이야. 실은 내가 독일이나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사람이었으면 더 좋았겠다 생각이 들어. 그래도 뭐 그럭저럭 괜찮아.

채: 토마스, 나는 체코가 아주 창의적이라고 생각해. 나라는 작지만, 어제 프라하를 돌면서 체코에 아주 멋진 위업을 달성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어. 정말 독특한 매력이 있더라. 알렉산어 오니쉔코, 알퐁소 무차처럼. 분명 큰 나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해.  

토마스는 5 정거장을 가서 내렸다.
토마스는 주말인데도 유기농 가게에서 9시부터 7시까지 일한단다.

나는 오늘 체스키 마을에 가기로 마음 먹고,
기차역으로 갔다.

관광센터 안에서

체스키 마을에 가는 버스는 3시간이 걸린다고..
나는 포기했다.

공산주의 투어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산주의 박물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나는 벽에 꽂힌 수많은 팜플렛 속에서 허우적댔다.
나는 소파에 앉아서 어제까지 내가 쓴 돈을 계산했다.
내 하루 예산은 3만원.
나는 여러가지 갈래길을 재보다가 결국 그만두기로 했다.
그 곳을 나왔다.



조용히 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하니
나는 책이 읽고 싶은 것이었다.
나는 맨 위의 지도대로 프라하 HUB를 찾았다.

프라하 HUB 에서


허브에 가서 책을 읽는데
나는 너무 피곤했다. 
4시간 밖에 자지 못해서 너무 피곤했다. 
스타트업들이 열심히 일하는 가운데 도저히 엎드려 잘 수가 없어서
나는 피곤함과 체면 사이에서 고민하며
고통스럽게 중력과 싸웠다.

그러기를 30분
잠이 서서히 깨어 


나는 일어나서 커피 한 잔(25코로나)과
치즈과자(20코로나) 하나를 샀다. 

내가 치즈과자를 오독거리는 소리가
크게 느껴졌다.

나는 철학콘서트를 읽었다.
아마도 4시간은 읽었던 것 같다.

아랍인이 무역의 중간 역할을 했다는 것이 인상 깊었고, 
훈민정음의 창의성 (천지인삼재의 의미를 담은 철학적인 글자. 정보화 시대에 딱맞는 글자)
장자의 사상 (쓸모 없는 사람이 되라. 
아무데도 쓸 데 없는 고목이 사람들이 쉬어가는 의자가 된다.)
이 기억에 남는다.

칸트는 말했다.
"철학을 배우지 말고 철학하는 것을 배우시오.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시오.
자기의 두 발로 서시오"

많은 생각이 떠올랐고,
그것을 종이에 적었다. 

내 생각이 너무 적나라하고
너무 세서 차마 여기 못 받아적었다.

독서를 하다가
눈이 너무 아파지던 4시 반에 나는 일어섰다.


내 컵을 닦는데
앞에 종이컵 대신 머그컵 사용을 해야하는 이유 5가지.
재미있어서 찍었다.




B 레스토랑에서 


시청사 앞의 꼬치요리로 유명한 집에 들어갔다.



채: 소화가 안 되니까 좀 부드러운 음식을 먹고 싶은데요,
고기 중에서 삶은 거나 소스로 된 것 있을까요?
그리고 체코 전통요리인거요.

웨이터는 여러가지 선택권을 주었고,
나는 이름에서 부터 부드러운
Tenderloin in cream 200g - 145코로나를 시켰다.
Beef rump roasted with vegetables, sweetened with cream, cranberries and bread dumplings

웨이터의 말대로 저 덤플링 빵이 좀 무거웠다.
저 소스도 나중에는 좀 느끼해졌다.



저 쪽에 한국인 네 사람이 앉아있었다.
한 남자는 마음에 드는 여자는 소개팅을 시켜준다는 이론을
나머지 세 사람에게 펼치고 있었다.

남자들은 자기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을 싫어한다.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남자는 아는 녀석이 자신이 관심있는 여자랑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그래서 역으로 자기가 마음에 드는 여자일수록
친구로 지내기 위해서는 소개팅을 시켜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


알고보니 체코는 커피 값보다 (36 코로나 이상)
맥주값이 더 쌌다.
300ml에 27코로나..

정말 속이 안 좋은지 이 맥주를 반 남기고 왔다.


시청사에서


시청사에서 재즈 공연 티켓을
500코로나를 주고 샀는데, 
맙소사..

하하 정말 사기로군.

내 앞에 앉은 이 할머니는 이 곡이 끝나자 마자 밖으로 나가셨다. 


그나마 더 비싼 티켓을 안 사길 다행이지.
정말 텅텅 빈 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딱 그랬다. 

눈을 뜨면 기가 차서
눈을 감고 재즈를 들었다. 


마치 이런 곳에서 재즈 연주를 듣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관광객들..

제대로 낚였다. 


나는 마트에서
제이미 올리버 브랜드의 올리브,
토마토, 귤을 사가지고 왔다.

와.. 이 나라는 과일 야채가 더 비싼가보다.
이렇게 샀는데도 187 코로나..
특히 견과류는 왜이리 비싼지.

토마스네 집에서 그동안 밥을 먹은 것이
너무나 미안하게 느껴졌다.

나는 오는 버스에서
내 식생활에 있어서
내 자신과 화해할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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