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3일 수요일

[ISUP/ 에바의 실리콘밸리 생존기] Zynga(징가) 서준용 님 인터뷰 뒷이야기 feat. 샌프란시스코, 내가 걷는 길


Zynga
징가





서준용 님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사실 인터뷰 후에 서준용 님의 유학 얘기를 들을 때 였다. 준용 님이 유학을 오시기 까지 큰 영향을 미친 세 분이 있었다고 한다. 선배, 친구 그리고 한 후배. 2010년 말부터 현재까지 미국 유학에 있어서 모든 길을 닦아준 분이라고. 공대 하면 제일 이름 높은 곳이 스탠포드, MIT, 버클리 그리고 카네기 멜론이다. 준용님이 여기랑 더 낮은 곳들의 어드미션을 받으셨는데 고민하셧다고 한다. 프로페셔널 (수업만 듣고 1년만에 졸업)과 아카데미 (논문 쓰는 것) 중에 후자가 더 좋았던 것이다. 결국 둘 다 박사 과정까지 갈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 유학 가신 한 분의 전화를 받고 나서 준용님은 그렇게 결정을 하셨다고 한다. 

정말 대단했다. 서강대 졸업한 선배들이 이렇게 줄줄이 계속해서 후배들이 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비즈니스 쪽으로 하시는 분들은 또 런던 대학교나 아니면 스페인 비즈니스스쿨로 가셨다고 한다. 



징가 사무실은 정말 멋있었다. 또 어찌나 큰 지 6층 크기였으니까. 하지만 시멘트 계단 쪽은 좀 게임 던전같은 느낌이 들어서 예전에 지수오빠가 하던 1인칭 총게임의 한 장면들이 생각났다. 총을 장전하고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요괴나 좀비를 쓰러뜨릴 준비를 해야 하는 그런 던전 말이다. 







징가 인터뷰를 끝내고 집에 오는 길이 또 압권이었다. 코스코가 있는 10th St.에서 집까지 걸어오는데, 대략 1시간 10분 정도가 걸렸다. 거리로는 2.5마일 정도 걸은 것 같다. 킬로미터로 하면 4km 정도 걸은 것이다. 오오 정말 내 자신이 대견하다. 가면서 얼마나 많은, 멋진 것들을 보았나! 게다가 해질녘이라서 그 아름다움이 더했다. 


10th St.의 이름모를 아름다운 성당. 


Market St.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Bay Bridge 쪽으로 보이는 해질녘 풍경에 경의를 표하며
빨간 불로 바뀌기 전 재빨리 찍었건만 결국 흔들리고 말았다. 
왼편에 보이는 하얀 글씨는 사실 스타벅스이다.


시청사 앞에서는 사진을 너무나 많이 찍었는데 그만큼 너무 아름다웠다. 



그 다음 Ellis 거리로 향하는 길에 곡선을 그리는 건물을 보았는데 그 곡선이 또 정말 유연했다. 하늘을 바라보자 간간히 보이는 단풍이 또 정말 아름다웠다. Ellis를 걸었는데 한 블록 더 가기에는 너무 무서워서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Ellis에는 호스텔과 저가호텔들이 참 많았다. 길현이가 저번에 머무르던 곳이 이중 하나였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쭉 걷다가 드디어 존스 거리와 테일러 거리가 나왔다. 하지만 차마 그 길이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위로 올라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 다음은 메이슨. 힐튼 호텔이 나오고 그 다음은 포웰. 거리가 무척 환한 데다가 포웰은 전차가 다니는 거리니까 믿음직했다. 나는 파웰을 따라 걸어올라갔다. 그리고 나서 광장이 나오는데… 아… 파란 도시에 우뚝 솟은 그 천사상… 그 주변을 감싸는 건물들… 참 낭만적이었다. 파웰을 따라 올라가는 길에는 고풍스러운 아파트가 많았다. 마치, 어거스트 러시에서 남자가 라일라를 찾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그 집들 같았다. 경사진 거리에 자리한 집들이라서 수평을 유지하기 위해 깎아지르게 지은 건물들이 재미있었다. 파웰의 꼭대기에 오르고 나니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참 재미있는 지형이었다. 두 블록 떨어진 테일러는 가파른 M자인데, 파웰은 비교적 완만한 언덕이라니.. 파웰의 전차길이 메이슨으로 넘어가는 지점 이후에는 차이나타운이 또 나타났다. 내가 몰랐던 거리의 이면을 보자 이 도시의 낯선 얼굴을 마주한 것 같았다. 파웰에서 만나는 Pine, Bush, Jackson, Broadway.. 느낌이 묘했다. 내가 가는 길의 평행선에 있던 이 길. 저 너머에 내 생활터전이 있는데. 우리 동네에 살면서 너무나 옆길인 이 파웰을 2주 이틀이 지난 오늘에서야 이렇게 다 걸어보다니 기분이 묘했던 것이다. 결국 파웰은 콜럼버스 거리와 키스를 하면서 나를 성당 앞으로 데려다 놓았다. 콜럼버스에 다시 선 나를 맞이한 것은 금발의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내가 지나가자 키가 2인치 정도 더 큰 형이 더 작은 동생을 거리 한 켠으로 비켜주게끔 했다. 

아아 낯설고도 친숙한 나의 동네여. 나는 샌프란시스코가 정말 좋다. 지도가 있다면 내가 걸어 본 길들에 한 번 형광펜을 칠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다. 그렇게 샌프란시스코의 모든 거리를 샅샅이 알고 있는 전문가가 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 것이다. 정말이지 나는 똑같은 길을 피하려는 사람이다. 모험을 하려는 사람. 

오늘 선배들이 알려준 길을 걸은 준용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앞서 그 길을 걸은 선배들이 있다는 것이 무척 부러웠다. 하지만 나는 말이다. 사실은 남들이 알려주는 대로 살기 싫은 게 아닐까. 남들이 알려주는 맛집에 가는 것보다 내가 가는 바로 그 집이 맛집인거고, 남이 어떻게 멋진 곳에 갔던, 내가 만난 사람과 있었던 아무 보잘 것 없는 방 한 켠이 나에게는 더 낭만적인 이야기가 피어난 동화 속일 수 있는 것이다. 맛집이라는 것도 결국 사람 맛 보다는 못 할 거라 생각이 든다. 같이 있는 사람과 즐거워야 음식도 더 맛있는 것처럼. 그래서 오늘 리니가 나에게 사준 그 저녁식사가 더 없이 맛있을 수 밖에 없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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