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7일 수요일

[ISUP/ 에바의 실리콘밸리 생존기] 실리콘밸리에서 4주째, 느낀 점


아부지, 잘 지내고 계신가요?

실리콘밸리에서 4주간 살면서 느낀 점입니다.

현재 네 사람이서 한 집에 살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제가 친해진 분은 양대표님이었어요. 대표님은 정말 열심히 일하시는 분이에요. 한국의 근무시간, 미국의 근무시간에도 일하시니까요. 대표님과 깨어있는 시간이 겹치다보니, 같이 먹는 시간도 겹쳐져 종종 식사를 같이 먹곤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거죠.

하루는,

채: 대표님, 진로상담을 받고 싶어요. 저는 문화, 예술, 역사, 철학이 정말 좋아요. 저는 나중에 꼭 세계여행을 갈 거에요.
양: ...
채: 저는 금방금방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제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양: ...

그 다음 날 페이스북에 대표님께서 최충엽 님과 댓글로 이야기 나누신 내용을 읽게 되었어요. 그 내용인 즉슨,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만 관심있는 친구들은 점점 잘하게 되고
"내가 누구인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점점 못하게 되는 것일수도 있고요;

저는 후자에서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아주 못된 버릇인데, 제 링크드인 프로필을 계속 드래그하는 버릇을 들이게 된거에요.

아빠, 개그맨들에게는 징크스가 하나 있는데,
연말시상식에서 개그맨 대상 트로피를 받으면 그 다음 해에 완전히 망한다는 거에요.
그래서 신봉선은 개그맨 대상 트로피를 받자마자
안 보이는 곳에 치워버렸다고 하죠.

알게 모르게, 자기의 현상태에 도취하게 되버린 것입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만 관심을 갖자. 

여기에 영향을 미친 두 사람이 있습니다.

에릭 킴: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신경쓰기 보다 당신의 소명을 따라가세요. 저의 소명은 세상을 바꾸는 스타트업에 힘을 실어주는 것입니다.
당신의 소명은 무엇인가요?

지원언니: 너랑 나랑은 비슷한 점이 있어. 한 군데 오래 있는 것보다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한다는 거지.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와서 생각이 드는 건, 그럼에도 내가 한 분야의 전문가는 되지 못했다는 거야.

저는 항상 제가 좋아하는 것만 탐닉했지, 
제 전문분야라던가
저의 소명 같은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분명, 제가 쓰는 기사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저는 부족한 점이 많아요. 
인터뷰를 하고 난 뒤 기사 작성하는 속도도 느리고,
어휘력이나 논리흐름도 부족합니다. 

이제 '전 부족하니까요'라고 숨지 않을거에요. 
적극적으로 고쳐나갈 것입니다.

Adobe에서 일하는 최고의 영상편집가, 쿠시가 해준 말.



쿠시: 너는 나랑 같아. 나도 정규교육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어. 그냥 스스로 배웠지. 하지만 모든 기업들이 내 포트폴리오를 보면 데려가려고 안달인걸. 정규교육을 배우지 못했다고 주눅들지마. 스스로 배우면 돼. 

제가 받은 소명은
글 쓰는 것
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제가 하고 싶은 길을 하려고 버둥대지 않을 거에요.
 억지로 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애의 관심을 돌리려하는 것처럼 헛되고 의미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저에게 주어진 길과
제가 하고 있는 일에서
사람들에게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착실하게 걸어나가겠습니다. 




아부지 답장

채원책 제목대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지.
큰 사업가가 아닌 이상할 일이 너무 많아도 문제지일 하나고 제대로 못 할 수 있으니.
돈은 불편하게 살지 않을 정도로 벌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부럽지.
아빠로서네가 전문적인 자기 일을 하기 바라는데 그게 글쓰기든 기자든 뭐든 상관 없다.
네 스스로의 자존감자유의지 등이 너의 직업 선택이나 생활방식을 결정하겠지.
평범한 직장인이 아닌자유 직업은 고도의 배타적 재능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데네가 좋아 하는 일이라면
정말 프로가 되어야 하지아니면 힘도 들고살기도 팍팍해지니그래도 좋으면 그 길을 가는 거지.
너는 이제 시회에 막 나온 신참자이지주위 다른 친구 보다 좀 다양하고 유별난 경험이 남다른 보람과 자량이겠지만,
아직 너의 가까운 장래조차 보장해 줄 수 없는 거지지금부터 몰입 해 보라네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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