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0일 목요일

[세계러너/ 헝가리 부다페스트] 헝가리의 첫인상. 아이패드를 되찾은 고마움과 도시의 매력.




부다페스트
Budapest

2014년 2월 14일
밤 12시 55분 53초

Scene #1 부다페스트 공항


내가 부다페스트 공항에 내려

처음으로 말 건 헝가리인 남자에게 한 말은
“비행기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까요?" 였다.


...


"아이패드를 잃어버렸어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이패드는 둘째 치고,
그 아이패드에는 내가 힘들게 인터뷰를 따낸 사람들의 영상이 고스란히 있었다.
아아 정말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사울 싱어, 도브 모란과의 인터뷰는 그 가치를 따질 수 없을만큼 소중했던 것이다.

내가 한 노력이 물거품이 되버릴까
내 가슴은 한 없이 타들어갔다.

수화물 찾는 곳 한 켠에 분실물 센터가 있었고,


Lost & Found에서
내가 없어진 아이패드의 모양을 설명하자,

직원이 종이로 싸인 아이패드를 나에게 건내주었다.

아이패드를 받았을 때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었다.
나는 감개무량하여 소중하게 아이패드를 품 안에 안았다.

몇 번이나 거듭 직원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옥에서 천당에 올라온 기분이었다.


내 카드 잔액을 보니
내 통장에 든 돈은 160000헝가리돈이었다.
그 길로 환전을 했다.
80달러를 14000헝가리돈으로 바꾸었다.



Scene #2 부다페스트 공항 앞 버스


버스비는 450.
버스기사 아저씨가 일일히 종이티켓을 그 큰 손으로 손수 찢어서 주는 게
그렇게 정겨워보일 수가 없다.
어느새 히브리어가 입에 배어서 영어로 인사를 하는게 어색했다.
헝가리어가 들린다.
이게 다시 나에게 낯선 언어라니, 재미있다.

헝가인은 참 잘 생겼다.
하이얀 금발머리에 훤칠한 키, 파란 눈이다.
여자들도 참 예쁘다.





첫 버스에서 내렸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데 그렇게 추울 수가 없다.
여기서 꼭 털모자를 사서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버스.


놀라웠다. 현지 시간으로 새벽 2시 12분이었는데
버스는 가득차 손잡이를 잡아야 할 지경이었다.
헝가리 청년들, 연인도 보이고..
같이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대고, 

말없이 꼭 안고 있고.





Scene #3 부다페스트의 밤 거리

버스에서 내렸다.
나에게 등을 돌리고 앉았던 정장 버버리를 입은 남자가
혹시 내가 머무를 곳이 있는지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는 아 그러냐며 캐리어를 끌고갔다.



밤거리를 걸었다.

거리에는 내 발자국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5층짜리 건물들이 초콜릿처럼 양쪽에 서있다.
이스라엘에서는 볼 수 없는 유럽의 거리. 

새벽의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 발소리만이 거리를 울릴 뿐이었다.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Omer가 산다는 빌라 앞에 다다랐다.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전화를 빌려 전화를 할 텐데,
지나는 사람이 없어 오멀에게 전화를 걸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초인종 옆에 적힌 학생들 이름을 찬찬히 보다가
오멀의 방 호수를 가늠하여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문이 덜컹하고 열렸다. 



천장이 높아서 참 좋다.
소공녀가 공부하던 그런 학원 같은,
아름다운 공동 거주 건물인듯하다.
사람들이 많이 오르내린 계단이 맨질맨질해지고 깎인 것이 기분좋게 느껴졌다.
벽의 벗겨진 페인트마저 고풍스러움을 더한다. 



Scene #4 Omer의 집 거실




무사히 24시간을 보내고 소파에 앉아서 일기를 쓴다.
그 여섯 개의 미션 중에서
-히브리어 종감 시험
-비석세스 기사 마무리
는 완료하지 못했다.

자꾸 밍기적대면서 기사를 부랴부랴 쓰는 버릇을 버려야 하는데.. 참
이것 때문에 마음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단 지금 나는 이 집과 사랑에 빠져있다.
부다페스트에서 살고 싶다.
이 집에서 살고 싶다 할 정도로 좋다. 정말.
세상에 학생들이 사는 방이 이렇게 호화로울 줄 나는 상상도 못했다.
어쩜 이렇게 감각적일까..

이 곳이 무척 마음에 든다.
아아 더 오래 머무르고 싶어질 것 같다..


아아 헝가리에 오길 참 잘했다.
정말 사랑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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