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8일 수요일

[상하이 에바노트] 1월 마지막 주에 정리하는, 중국에서 배운 것 세 가지

1월 마지막 주에 정리하는, 
중국에서 배운 것 세 가지 


왜 그 동안 사람들은 중국진출을 하는 창업가들에게, 혹은 취업준비를 하는 대학생들에게 중국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을까요? 왜 중국 소비자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을까요? 중국 베이징 1주, 상하이 2주, 지금까지 총 3주를 살면서 제가 느낀 것을 토대로 말씀드릴게요. 겨우 3주 갖고 이런 글을 쓰다니,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첫인상은 이후의 경험과 지식에 좋은 실마리가 되니까요. 또 아무리 맛있어 보이는 도넛도 계속 먹으면 한계효용이 체감하듯이, 저에게 새롭고 신기한 중국도 나중에는 너무 일상이 되어버려 다 암묵지로 잠들 수도 있으니, 1월이 지나는 이 시점에서 중국에서 배운 것을 새삼 꺼내어 정리해봅니다.

하나, 중국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라. 중국 사람들과 마주 해서 앉는, 그런 공식적인 관계를 만들지 마시고요. 중국 사람들의 옆에 앉는 친구가 되어보세요.

중국 사람의 옆에 앉을 때 이점이 되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앱을 사용하고 있는지 관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루만 같이 살아서는 이 사람이 어떤 앱을 쓰는지 잘 몰라요. 일주일간 같이 살아보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이 사람들이 고민없이 바로 찾는 앱들이 무엇인지 하나씩 드러납니다.

지금 묵는 곳이 마음에 안 들어 급하게 묵을 곳을 찾을 때는 취날, 밖에서 맛집을 찾을 땐 디엔핑, 사무실에서 시켜먹고 싶을 땐 으어러머, 급하게 택시 탈 땐 콰이디, 디디, 공유차량을 탈 땐 우버나 AA.

한국의 문화는 강합니다. 비즈니스만 보더라도 술자리 문화, 호칭 그리고 명함을 주고 받는 문화 등. 문화라는 것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인 직원 한 명이 온다고 해서 한국식 문화가 갑자기 중국식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상해에 드디어 자리 잡은 한국 스타트업의 대표님이 한국인 직원 여럿에 중국인 직원을 한 명 채용하고는, 갑자기 중국앱을 깔고, 중국 식당만을 찾아다니면서, 중국어만 쓰는 것은 어려울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스타트업이 중국 진출을 할 때 중국 직원을 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중국인 파트너를 - 대표님과 동등한 의미에서 중국을 대표할 분을 뽑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균형을 맞추는 것인데요, 한국인과 중국인을 동등한 무게의 추로 두고, 그 권한을 늘릴 때마다 추의 무게가 증가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즉, 중국인 직원의 수 그리고 그리고 중국인에게 주는 권한이 한국인에 대한 것보다 더 커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단기간에 큰 성공을 거둔 미스테리한 스타트업이 있으니, 바로 스테이즈입니다. 스테이즈를 만난 것은 작년 12월 11일 스파크랩스 데모데이에서 였어요.

이 스타트업은 한국인, 중국인 공동 대표가 운영하면서, 외국인이 한국에서 장기간 투숙할 집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었어요. 에어비앤비보다 더 길게 2주 ~6개월 간 묵을 집을 찾게 도와주는 서비스인데 9월에 론칭한 이후 발표 일자인 12월 11일까지 무려 5천만원을 벌었다고 하더라고요. 60%의 고객을 중국인으로 유치한 결과였습니다.

그 비결이 너무 궁금해서 두 분을 인터뷰하면서 마케팅의 비결등을 여쭤보았는데, 위챗, 웨이보를 말씀하시고 나서는 더 이상의 말씀은 아끼셨습니다. 정말이지, 중국인이기때문에 아는 것들 - 을 그 비밀로 간직하고 계신 듯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짜이서울의 장재영 대표님께서 상해의 푸단대 쪽에 자리를 잡으시면서 6명의 중국인을 채용하시고 전면적으로 중국 스타트업으로서의 둥지를 잡으신 것은 이런 균형을 맞추기 위한 좋은 선택이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국의 스타트업을 미디어 뉴스를 보면서 파악하는 것도 물론 도움이 되지만, 중국 친구들과 위챗으로 채팅을 하거나 수다를 떨면서 일상에서 그 사람들이 쓰는 핸드폰은 무엇이며, 서비스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왜 사용하는지 보는 것이 정말 피부에 와닿는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둘째, 위챗으로 통한다. 중국에 와서 위챗으로 이뤄지는 일들의 범위와 그 깊이에 대해서 놀란 적이 많습니다.

하나, 위챗은 대화의 장이다. 매우 기본적으로 위챗은 카카오톡과 같은 채팅서비스입니다. 제가 테크노드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직원들을 처음 마주한 계기도 위챗방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한 회사에 이 위챗방이 세 개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하나는 자유대화방, 하나는 업무대화방, 하나는 기자들대화방입니다.

이전에 한국의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는 자유대화방은 라인, 업무대화는 스택(Stack)을 사용했었는데, 여기서는 위챗으로 통일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하단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둘, 위챗은 돈거래의 통로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대표님이 직원들에게 홍빠오(빨간 지갑이라는 뜻으로 보너스) 제비뽑기를 위챗방에 올리셨어요. 이 링크에 접속해서 홍빠오를 클릭하니 랜덤한 금액으로 돈을 받는 방식이더라고요.

또, 이후 제가 중국 은행 계좌가 없어서 아직 위챗 지갑이 없다고 했더니 친구가 그러면 일단 자기가 1위안을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쉽게 그리고 즉시 돈을 건내받았습니다.

식사 후에 누가 돈을 내고, 어떻게 더치를 하고의 고민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무나 카드로 계산을 하면 칼같이 1위안 단위까지 1/n을 해서 위챗 지갑으로 돈을 보내거든요.

셋, 위챗은 명함이다. 중국에 와서 아직 명함 인쇄가 안되었습니다만 사실 그 필요성도 많이 느끼지 못했어요. 명함교환 대신 QR코드를 한 사람이 찍어가면 상대방의 정보가 가니까요. 또 링크드인까지 연동할 수 있어서 그 사람의 이력까지도 확인할 수 있으니 여러모로 수고를 더는 셈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만난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서 사진을 자주 찍곤 하는데, 이후에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면서 인사를 건내기 쉽기 때문에 좋더라고요.

넷, 위챗은 B2C 정보의 장이다. 위챗에는 텐센트 신문, 그리고 테크노드 신문이 있어서 매일매일 새로운 정보가 깔끔한 뉴스레터의 형태로 소개되거든요. 기사를 읽지는 않더라도 사진을 통해 중요사건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합니다.

지난 번에 체루빔(Cherubim) 파트너스의 파티에 참석했을 때 파트너 분들이 제 위챗 QR코드를 찍어가시면서 앞으로 이리로 뉴스레터를 통해 스타트업 소식을 알려주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다섯, 밋업의 장이다. 장재영 대표님을 통해 알게 된 것인데, 위챗채팅방에 책장 같은 것이 있어서 여러 밋업 그룹에 가입할 수 있어요. What's Shanghai? 라는 곳을 알려주셨는데, 그 주에 열리는 중요한 모임 정보가 모두 나왔습니다.

여섯, 위챗은 페이스북 기능을 한다. 위챗의 펑요찬은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처럼 그 사람의 근황을 쉽게 올리고 친구들이 댓글을 달 수 있게끔 되어있습니다. 이 펑요찬이 또 하나의 버티컬채널을 형성하기 때문에 사진앱 등이 연동됩니다.

(10:30 이네요 ㅠ 일단 여기까지 쓸게요. 다음 번에 이 글을 보실 때는 링크 & 사진까지 달려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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