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7일 화요일

[베이징 에바노트] 베이징의 교통에 대해 말하다. '베이징의 지하철 미스테리'

베이징의 교통에 대해 말하다
'베이징의 지하철 미스테리'



베이징에서 일주일을 지냈습니다.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올라온 대표님, 직원들은 왕징의 호텔에 묵고 있었는데 호텔에서 시내에 내려갈 때마다 무조건 택시를 타시더라고요. 물론 베이징의 공기를 생각할 때, 걷기보다는 낫겠지만 시골도 아니고 도시인데 택시로만 이동하는 것이 돈이 아깝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저는 베이징 사무실에 출근하는 현지 직원들 예닐곱 명에게 어떻게 출근하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베이징출신의 기자 한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른 지방 출신이었고, 대체로 혼자 혹은 둘이서 회사 근처의 집에 자취를 하고 있었습니다. 회사와 집이 가깝다보니 다들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지하철을 타는 사람은 없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지하철을 한 번 타보고 싶은데 여기서 가까운 지하철 역이 어디인지 아는 사람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다들 갸우뚱하더니 결국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제가 베이징의 공공 교통시설을 꼭 이용해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상하이에서 온 제 동료가 베이징에 15번 정도 와본 것 같은데, 상하이와는 달리 교통이 잘 발달되지 않는 베이징에서는 택시만 타고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어느 날은, 사실은 10분만 걸으면 되는 거리를, 베이징 지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택시를 타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저는 베이징의 지리를 택시기사의 네비게이션이 아니라 제 몸으로 익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요일 아침, 저는 호텔 로비에 물었습니다. 천안문에 가려고 하는데 여기서 제일 가까운 지하철역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말이죠. 직원은 지하철역이 여기서 매우 멀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가까운 전철역까지 꼭 걸어가고 싶다고 말하며 약도를 물었습니다. 직원은 왜 카페에서는 공기밥을 찾을 수 없느냐고 묻는 고객을 대하듯이, 걷는 길을 설명하기가 좀 어렵다며 택시를 타고 가기를 권했습니다. 이 지역의 지도도 없는지라 저는 결국 직원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말했습니다.

'베이징의 지하철 미스테리'의 해답을 천안문까지 택시+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분명 택시로는 50위안에 20분이면 간단히 도착할 거리였는데, 20위안에 1시간이 걸려 도착한 것입니다. 분명 베이징 지하철은 돈을 절약하는 면에서는 이득이지만 시간으로나 노력으로나 훨씬 더 소모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먼저 택시를 타고 15위안을 낸 뒤 (정말이지 걸어서 50분 정도 걸릴 거리에 있었습니다.) 지하철을 네 번 갈아타야 했습니다. (14호선 - 6호선 - 10호선 - 1호선, 총 12정거장) 상황이 이러니, 다시는 지하철로 시내로 이동할 일은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 개찰구에 들어서기 전에 마치 공항 검색대에서 하듯, 가방 검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긴 줄을 서야 한다는 단점도 있었습니다.

베이징의 교통이 이렇기 때문에 베이징 내에서 교통을 이용할 때는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베이징 시내에 숙소를 잡은 사람이라면 크게 상관없겠지만, 베이징 변두리에 숙소를 잡은 사람이라면 다음의 세 가지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하이에서 베이징에 출장을 오는 제 동료가 베이징에서 이동할 때의 두 가지 법칙, 그리고 제가 발견한 세 번째 법칙입니다.

하나, 호텔에서 시내로 이동할 때는 택시를 탄다. 
우리 호텔이 있는 이 지역은 시내가 아니라 택시가 많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우버와 같은 공유차량제를 선택하면 그 차가 여기 오기까지 20분까지 기다려야 하거든요. 그러다보니 택시앱을 이용해 택시를 부르는 것이 훨씬 빠릅니다. 택시앱에는 콰이디, 디디가 있습니다. 각각 알리바바 텐센트가 인수한 회사들이지요.

카페 : 가장 널리 쓰이는 택시앱에는 콰이디, 디디가 있어. 각각 알리바바, 텐센트가 인수한 회사인 만큼 마케팅에 많은 돈을 쏟는 회사들이야. 돈이 많은 회사들이니까. 앱으로 5~15위엔을 주면 택시 예약을 할 수 있어. 이 예약금은 결국엔 이 택시앱 회사들에 내는 수수료인 셈이지. 하지만 택시 예약을 하는 것이 탑승객 입장에서 편리하기도 하고 나중에 택시 쿠폰을 받을 수 있도 있으니까 결국엔 이득이라고 생각해. 

둘째, 시내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공유차량제를 이용한다. 
교통이 많은 시내에서 호텔에 돌아갈 때는 우버나 AA를 사용해 돌아오면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바이두가 바로 우버에 투자를 했다는 것입니다. 우버, AA를 비교하자면 AA는 우버의 후발주자입니다. 하지만 가입부터 엄격하게 카드번호 기입을 요구하는 우버에 비해서 AA는 비교적 간단하게 가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사용자를 더 많이 끌어모을 수 있었습니다.

셋째, 시내에서 택시보다 저렴하고,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철통인력거(?)'를 탄다. 
이 차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설명을 하자면 인력거를 바람을 막을 수 있게 사방으로 철판을 대고, 차도를 달려야 하므로 엔진을 단 듯한 초미니 자동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단은 제 경험담입니다.

때는 1시 30분, 저는 자금성 출구에 있었고 2시까지 XFounder 밋업이 열리는 '차오창차오지'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택시기사들은 목적지를 듣자 100위안을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타이꾸이러!' 너무 비싸다고 외치며 20위안으로 해달라고 졸랐습니다. 기사들은 혀를 내두르며, 미터기도 그렇게는 안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10분 정도 실랑이를 하다가 그 미니차가 제 앞에 섰습니다. 미니차에서 나오신 할아버지는 머리가 하얗게 세었지만 눈은 선명하게 번득이는 분이셨습니다. 이 미니차에 제 목숨과 시간을 맡길 수 있었던 것도 이 할아버지의 인상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저에게 70위안을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저씨와 40위안으로 흥정을 했습니다.

철판에 문과 창이 달아 나름의 구색을 갖춘 이 미니차 안에 자리를 잡으니, 정말 저 한 사람, 그리고 그 옆에 제 가방을 끼워넣을만한 조그만 자리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1인만 태울 수 있는 크기였습니다. 미니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저는 차체와 제가 탄 뒷자석이 분리될 것만 같은 약간의 공포감이 들어 아저씨의 운전석쪽으로 몸을 바싹 기울였습니다. 아저씨의 운전실력은 탄 사람의 편안함과는 전혀 상관없이 빠른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어떤 사람도 치지 않았다는 것으로 평할 수 있었습니다. 신호에 멈췄다 다다다 가기를 반복하는 것이 마치 거미 같았으며, 자유자재로 차도도 달렸다 자전거도로도 달렸다하는 것이 박쥐와도 같았고,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하는 운전대는 뱀의 요사스런 눈 같았습니다.  그렇게 15분만에 목적지에 도착한 저는 기분좋게 40위안을 꺼냈습니다. 아저씨와 셀카도 한 장 찍었습니다.

상하이에 안착한 지금은 사통팔달 편리한 상하이 지하철 덕분에 3,4위안의 저렴한 비용으로 요기조기 잘 다니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조금씩 중국인에 녹아가고 있습니다.

댓글 1개:

  1. 빠른속도를 유지하면서 아무도 치지 않았다.. 정말 속도감 느껴지는 글이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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