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3일 토요일

[ISUP/ 이스라엘 생활기] 어느 안식일. 그녀가 샤밧을 보내는 법


어느 안식일
One Shabbat day


카멜 마켓 옆에, 금요일이면 수공예 시장이 열리거든요.
거기서 한 인디헤나가
El condor pasa를 연주하고 있었어요.

팬파이프 소리인 줄 알고 다가갔는데
피리를 불고 있는 것이었어요.

고향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에콰도르...
그리고 페루.


디진고프 Castro앞.
한 남자가 미친 듯이 드럼을 연주하고 있었어요.
정말로 제대로 거지컨셉이었습니다.

육식남같은 차림새에
빈 깡통과 페인트통.

오로지 스피커와 그 남자의 드럼 실력만이
최고를 달릴 뿐.

그는 마이클잭슨의 Billy Jean을 연주하고 있었어요.
정말 엄청난 파워로 연주를 했고,
연주 내내 절대로 고개를 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신기하게 바라보다
그의 모자에 돈을 넣어주고 갔어요.
동정으로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명백히 존경으로, 그의 실력에 대한 인정으로
넣어주는 것이 너무나 명백했습니다.


그는 한 순간도 드럼소리가 끊기지 않도록
한 손으로 핸드폰을 집어 다른 노래를 틀었어요.
저는 그의 연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 날 처음으로 웃음을 보였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의 연주를 동영상으로 찍을까 하다가 그만두었어요.
그 두 곡을 마지막으로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가까이 선 남자가 돈을 모자 안에 넣었고,
이 천재드러머는 그와 악수를 하고 자기 명함을 건냈어요.
드러머는 제가 두 곡 내내 서있었던 것을 아는지
저에게 약간 고개를 숙여 인사했어요.
아쉽게도 지갑이 없어서 그에게 돈을 건내지 못했어요.
아아 정말 그의 명함을 받고 싶었는데.
그런데 왠지 그가 다시 이 자리에서 드럼을 칠거라는
묘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디진고프 거리의 분수대.


149번 버스 기다리면서 아이패드를 켰는데 잘못 찍힌 것. 
레깅스에 구멍이 났네요. 

저는 버스를 타고 Kfar Sava
크파르 사바에 갑니다. 
거기에 현정언니가 살거든요.
언니는 이제 제 친언니라 부를만큼, 투명한 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어느새 언니랑 매주 샤밧을 같이 보내고 있어요. 


현정언니랑 제가 만든
카레볶음밥,(당근, 양파, 감자 나중에 밥 + 카레가루)
된장찌개, (멸치로 육수를 내고 된장, 고추장을 풀고, 당근, 양파, 고추, 다진마늘을 넣었어요. 언니가 엄청 오래 끓이더니 결국 엄청 맛있는 된장찌개를 끓였어요.)
감자 볶음, (감자, 양파를 얇게 썰고, 간장으로 간을 했어요.)
달걀토마토 입니다. (중국 요리인데, 달걀지단을 부치듯 달걀물을 부어서 아래에 달걀이 굳고 위쪽은 물일 때 저어가며 스크램블을 만들기 시작해요. 그리고 나서 토마토를 넣고, 간장으로 간을 해가며 살살 볶아주면 돼요.)

거기다 사모님이
할라 빵과 포도주스도 사오셔서
더더욱 풍성한 샤밧 저녁상이 되었습니다.

선교사님께서 할라 빵과 포도주스를 축복해주시고
저녁식사가 시작되었어요.
어찌나 맛있던지.
다같이 먹어서, 그리고 언니랑 제가 함께 저녁을 준비해서 그런지
더더욱 맛있었어요.

저녁을 먹고 나서 선교사님께서
여러가지를 파기를 좋아하는 창의적인 사람은 고고학을 하면 아주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특히나 이스라엘은 그런 유물이 더욱 많이 나오거든요.

한국의 경우에는 목재건물인데다가 기후가 워낙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유실되고 손상된 문화재가 많은데
이스라엘의 경우에는 돌이 워낙 많아서 돌로 건물을 짓고,
기후가 연중 내내 덥고 건조하기 때문에 별로 손상될 염려가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과거에 쓰였던 양피지 문서가 아직까지 보존되어
발견되기도 했다고 해요.

이후 언니랑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돌아오니 11시.

언니가 자기의 도톰한 바지를 빌려주어 따뜻하게 잠자리에 누웠어요.

빌 게이츠 동화책을 읽고

기도를 하고,

우린 잠자리에 들었어요.

편안한 샤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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