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3일 일요일

[ISUP/ 이스라엘 그녀의 생존기] 나의 인큐베이터 Sar & Orly

어린아이는 어릴 때 자신을 금지옥엽 귀여워해준 사람들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잊기 전에 반드시 기록해두어야 한다.
이스라엘이라는 사회에 '유채원'을 한 사람으로 내보내기까지
내 인큐베이터가 되준 Sar과 Orly의 
따뜻함을.

Sar & Orly & Eva

 (Eva, Orly, Sar)

제가 그 둘을 만난 것은
Couchsurfing을 통해서 였어요.

제가 7명 남짓에게 요청을 보냈으나
모두 저에게 거절을 보냈죠. 

그러다 Sar의 디자인 블로그를 보고
관심을 갖고 둘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Sar & Orly는 저를 받아주었습니다.



7월 25일 목요일



이스라엘에 도착하던 그 날 밤,
제 모든 한국동기들 14명은 각자의 숙소나 공동기숙사로 버스를 타고 가버리고,
저 혼자 Sar & Orly네 집에 찾아가야 했어요.

3시간 만에 그들 집을 찾아갔을 때
둘은 땀범벅이 된, 35kg을 매고 끌고 온 저를 
저를 너무도 반갑게 맞아주었어요. 



Sar이 너무 좋아하는 장난감 로봇!
그리고 저를 일주일간 안내한 멋진 LED 시계



저의 잠자리.


7월 26일 금요일



샤밧(안식일) -이스라엘은 금, 토가 주말이거든요.

올리가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주었어요!
이걸 어떻게 집에서 만들지? 참 대단

신기한 건 이스라엘에서 뜨거운 커피나 차를 대접받을 때
머그컵이 아닌, 이런 보통 유리잔에 준다는 거에요.
(6.5 개월 살아보니, 그렇지 않더라 에바야.)

원래 음료를 받자마자 원샷하는게 익숙한 저인데,
뜨거워서 천천히 마시게 되더라구요.
제 버릇을 고치기 딱 좋은^^



제가 집을 찾는다고 사정을 말하자마자
Sar은 집을 찾는 데 돌입했어요.

히브리어로 제가 집을 구한다는 광고를 페이스북에 올려주었고,
이 날부터 계속해서 두 시간 남짓을 들여 집을 찾고,
제가 맘에 들어하면 집주인과 연락해주고 
이 모든 과정을 제가 머무는 6일 동안 도와주었습니다. 



게다가 차까지 있는 Sar & Orly

그 두 사람은, 그리고 저는 늘 입버릇처럼 말했어요.
You 're in the right place.

I 'm in the right place.



첫번째로 집을 보러 간 셰니의 집
셰니는 여기자이고, 6년 친구인, 역시 기자인 남자애와 살고 있었어요.
아주 이스라엘 빈티지가 물씬 풍기던 집.

에어컨 값까지 제가 지불해야 한다는 말에 제가 어려움을 표시했고,
셰니는 다른 입주자를 선택하게 됩니다.

하지만 3일 후 
저는 난데없이 11시에 셰니의 집에 문을 두드려,
"셰니, 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Jamstar라는 스타트업과 인터뷰 1시간 전인데,
도저히 못 찾아가겠어요.. 
그리고 이게 제 첫 인터뷰인데, 될 수 있으면 동행해주겠어요?"

라고 말하게 되죠. (결국 셰니는 저와 동행해주었고, 
가는 길에 보이는 건물들의 역사, 번지수 찾는 법도 말해줍니다.)



우리는 Jaffa port Park에서 피크닉을 했어요.

풀밭 한 가운데서 먹은 호무스의 맛은 최고!



Old Jaffa에도 데려가 줬어요.
4000년의 역사, 바다를 품은
모랫빛 성전.



그 날 저녁!! 



7월 27일 토요일



자흐난으로 맛있는 점심을 시켜 먹었어요!
저 샐러드는 올리가 만든 건데 정말 상큼했던.

올리는 음식 솜씨가 참 좋아요!



그 날 저녁 저에게 노을을 보여주고 싶다며
해변으로 왔습니다.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Sar
제가 요구한 것도 아닌데 Sar은 가만히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10장 남짓의 사진을 확인하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어느 누구도, 
저를 이렇게 예쁘게 찍어준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눈치채지도 않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제 모습을
그토록 많이, 예쁘게 담아준
Sar



"에바, 이 빵집이 텔아비브에서 제일 맛있어!"

"어? 그거 흔들렸다. 자, 다시 찍어."

제가 사진 찍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것을 잘 아는 둘은
바쁜 길거리에서도 
사진이 흔들리지 않게 손을 가만히 두었습니다. 


Flea Market 노천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

제가 아시건에게 
우리 셋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했을 때

환하게 웃던 올리. 
그리고 너무나 화목하게 나온 우리 사진^^


7월 28일 월요일



오늘은 제가 아침을 준비해주고 싶었어요.

올리는 기특하다며 냉장고를 열어
"에바, 너 학교 가기 전에 점심 꼭 잘 챙겨먹어."

말해주었습니다. 

아, 정말 엄마 같았어요.




Sar이 적어준 
제가 집 보러 갈 빌라의 약도

제가 행여나 길을 헤매지 않도록
거듭 저에게 확인시켜 주었어요.



냉장고에는 늘 제가 학교에서 시원하게 마시라고
챙겨가라며 놓여있던
물병


7월 30일 수요일



집을 드디어 구한 날!

그 동안 신세를 많이 졌기 때문에
맛있는 것을 꼭 사가고 싶었어요.
두 손 가득 장을 봐서 집에 왔습니다.

제가 집을 얻었다는 사실에
자기 일처럼 너무나 기뻐하고 축하해주던
살과 올리.


밤이 너무 늦어
치즈케이크로 우리는 자축을 했습니다. :)

치즈케이크보다 더 달콤한 성품의
두 사람

제가 이 사진을 찍을 때 가만히 식탁을 정리해주던.

제가 사진을 많이 찍는 것에 주변에 불평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살과 올리는 그런 저를 이해해주었어요. 

이 말 없는 배려가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그 날 밤 Sar은 
히브리어 알파벳을 가르쳐 주고,
제 이름 쓰는 법을 가르쳐 주고,
기본 단어들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제가 마침내 집을 구하고, 핸드폰을 개통하고
이제 제 스스로 살게 되었을 때

제가 사회에서 스스로 살아갈 도구로서 
언어를 가르쳐 준 것입니다.

Sar은 제가 발음을 잘 못해도
인내심 있게 저를 가르쳤습니다.

제가 Sar이 쓰는 순서를 따로 기록하는 것을 보고,
일일히 쓰는 순서 & 쉽게 외우는 법을 
따로 정리해주기도 했습니다.



히브리어 공부가 너무 즐거운 나 
집도 구하고! 히브리어도 배우고!
토다 라바!! (정말정말 고마워)


12월 31일 수요일

 

그 둘은 저에게 4일간 자기들 집 열쇠를 맡겼습니다.
너 원할 때 학교가고, 집에 돌아오라고. 
저는 그 열쇠를 가만히 식탁에 올려두었습니다. 

이사가는 날

2L짜리 물 한 통 
올리가 빌려주었던 선글라스 
텔아비브의 지도를
저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이사를 가는 길까지 
저와 제 35kg짜리 짐을 태우고 
3층까지 그 집을 낑낑대며 옮겨주었어요.




이거 뭐
제가 이스라엘에서 신세를 진 얘기만 한 것 같습니다. 

오늘, (이사 온 지 3일 후)
Sar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Sar이 어찌나 반가워 하던지.
너희가 보고 싶다고. 
지금은 내가 요리가 서투르지만
내가 요리를 잘 하게 되면, 
너희를 꼭 우리집에 초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살과 올리는 저에게 안부를 전했습니다.

저는 이스라엘에 가족이 있습니다.

Sar & Orly

토다라바.

너희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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