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3일 일요일

[ISUP/ 이스라엘 그녀의 스타트업 생존기] 스타타우에서 프랜들리맵(FriendlyMap) 방문 & 링구알리(Lingual.ly) 인터뷰



오늘은 울판 아비브(히브리어) 두번째 수업을 들으러 갔다사실 나는 오늘 울판 수업에 오면 안 되었다. 스타타우의 스타트업 방문에 참여해야 하는데, 정말 여기서 울판 수업을 한 번 더 조정하면 정말 로비 담당 직원이 나를 저주할 것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버스에서 잘못 내렸다. 이렇게 걷다보면 나오겠지 하면서 아랍인 거주 지역을 걸었다. 그것도 아침 제대로 안 먹었다고 빵을 먹으면서. 수업 5분 전인데..! 결국 내가 학원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택시를 잡았다. 내가 절대 타지 않는 택시인데, 그래도 10만원이라는 히브리어 하루 수업료에 택시비를 비교할 게 못 되었다. 결국 나는 19분 늦게 도착했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교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맙소사. 수업이 너무 어려워서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수업이 끝난 후 자습실에 남아서 공부를 했다. 내 컴퓨터 용량이 50기가 밖에 안 되서, 그 많은 스타트업들의 인터뷰를 다 저장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나는 자꾸 ‘안 된다’의 한계에 부딪혔고, 그런 내가 너무 싫었다. 스트레스가 엄청 났다. 나는 내가 물가 비싼 이스라엘에서 사는 것과 맥북을 사는 것을 비교했다. 엄마께 제발 새로운 맥북을 사면 안 되냐고 메일을 보냈다. (나중에 안 것인데 이 메일은 엄마에게 전송되지 않았다.)

자습실에 3시간 앉아 있었나 너무 추워서 밖으로 나왔다. 마음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무작정 바닷가로 걸어가 백사장 가운데 있는 그네에 앉아있다가 모래사장에 무릎을 꿇었다. 이마를 모래사장에 대고 생각을 정리했다. 너무 힘들었다. 조금 뒤 비키니를 입은 백인 여자 두 명이 다가와 내가 일사병에 걸려 쓰러진 건지 확인하러 왔다

여자들: 이봐요. 괜찮아요?

나는 뜨거운 모래 위에 얹어두었던 이마를 들었다. 모래자국이 났을 이마.

채: 괜찮아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냥, 생각 좀 하고 있었어요. 

여자들: 그늘에서 좀 쉬지 그래요?

채: 무튼 고마워요.

20분쯤 그러고 있다가 다시 자습실로 왔다.


 이어 Friendly Map Star tau 방문에 참여했다. 사무실이 너무나 허름했다.

CEO는 일찍 온 나와 얘기를 나누다가 내 핸드폰을 가져가서 자기 마음대로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고는 후기를 작성했다. 정말 어이가 없고 황당했다. 뭐 이런 CEO가 다 있어..

나중에 스타타우 멤버들이 도착했다.

CEO가 우리에게 스타트업 소개를 해줄 때는 너무나 서툴러서 굉장히 실망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CEO를 무시하는 마음으로까지가서 스스로에게 경고를 주었다

내가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전에는, 평가하지 말자. Friendly Map은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이고 사무실도 있고 직원도 있다. 우리는 아직 우리 아이디어를 쌓아가는 단계이다. 결코 내가 그 위치에 가기 전에는 그들에 대해서 내가 뭐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놀라운 것은, 내가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한 이 프렌들리맵에
내가 제일 존경하는 영훈 오빠가 인턴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렇게 좋은 앱인데, 아 이 사람들 정말 마케팅을 할 줄 몰라. 내가 정말 여기서 좀 도와주고 싶다."

나는 오빠가 정말 존경스러웠다.
바보 온달에게 가겠다고 나선 평강공주 같았다. 

오빠는 가서, 프렌들리맵을 개혁하기 위한 많은 시도를 했다. 

프렌들리맵을 나와서 모두들 그 다음 일정인 맥주집에서 어떤 스타트업계 인물을 만나러 가기 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채: 저는, 가볼게요.

언니: 너 또 어디가?

채: 스타트업 인터뷰가 있어요.

이건 좀 너무하다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해도, 내가 생각해도 그랬다. 오전에 스타트업 방문 3 곳도 참석 안 하고, 밤에 있는 모임에도 안 간다니, 그것도 개인 프로젝트들로. 이것은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내 스스로도 내 자신이 우스웠다. 아이패드 지도를 보고 걸으며 내 가슴도 자꾸 밟았다. 

울판 책 4권과 노트북이 든 무거운 짐을 지고 30분을 걸어 도착했다. 나는 슬펐다. 하지만 슬픔은 문을 열 때 이미 접어두었다.

새가 날아가는 새파란 벽지가 마음에 들었다.


그 뒤 Lingua.lyOrly Fahman, co-founder를 인터뷰하러 갔다. Orly씨는 심리학과 박사인데, 이제 2주 안에 임신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녀의 사무실도 조용한 가운데, 그녀도 차분해서, 나는 안정되고 차분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이끌어갔다

알고보니, 정말로 그 날은 인터뷰가 잡힌 날이 아니었다. 원래는 이틀 후 방문했어야 하는데. 내 정신도 참.

사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그 날 내 자신이 너무 싫었고 모든 게 싫었다

리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하소연을 하는 내 자신도 싫고, 리니도 내 하소연을 듣기가 힘들 것 같아 빨리 끊었다

그 날 밤 나는 새벽 3시까지 영상의 한글자막을 까는 작업을 하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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