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카페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카페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4년 9월 4일 목요일

[에바노트] 추석을 코 앞에 두고 쓰는 편지

엄마, 아빠, 오빠 저 무지 잘 지내고 있어요. 
엄마한테 편지 쓸 때가 참 행복한 것 같아요.
말도 아주 술술 잘 나옵니다.

첫 월급이 들어온 것도 그렇고, 요즘 진정성있게 사람을 대하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제 룸메이트언니도 저에게 "요즘 좋아하는 사람 생겼니?" 물어볼 정도입니다.
일도 아주 열심히 해요. 어젯밤에는 그 날 만난 사람들에게 모두 메일을 보내고
페이스북으로 오늘 알게 된 것을 모두 정리하고 나서 새벽 2시에 잤습니다. 

오늘 무척 기분이 좋았던 건, 
3주 전 월요일에 장봐왔던 모든 야채를 오늘 다 먹었기 때문이에요.
정말 하나도 남김없이, 그것도 거의 다 요리해서 먹었답니다.
오늘은 마늘, 보라색 양파, 가지를 넣고 볶다가 토마토 소스, 페스토 소스를 넣은 뒤
밥을 넣어 볶아 먹었습니다. 
예전처럼, 친구들이 걱정하게끔, 생야채를 밥이랑 그냥 먹지 않아요.
요리에 재미들려서 이것저것 요리합니다.

오늘 아침 목대표님과 대화하면서 추측하기로는, 
가스렌지가 아닌 전기식이어서 좋고, 
요리할 공간이 주어져서 좋고, 
후라이팬이 꼭 주방장이 쓰는 것 같아서 
요리할 때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봐요. 

요즘에는 저녁을 거의 먹지 않아요.
대신 아침에, 마치 저녁식사 요리일 것 같은 요리를 맛있게 해가지고는,
샌프란시스코 아침, 항구 경치를 바라보며 아침을 먹습니다.
밥을 맛있게 먹느라 경치는 그저 저랑 마주한 오래된 편한 친구같아요.


오늘 아침에는 안개가 짙게 꼈는데
저 멀리 보이는 소살리토 부근에는 태양이 비치고 있었어요.


점심에는 콘플레이크를 먹어요.
저녁에도 콘플레이크를 먹어요.
왜냐하면, 제가 일하는 사무실은 밥은 안 주는데 음료는 무제한이라,
우유가 무려 세 종류거든요.
그냥 우유, 반반우유(저지방인듯) 그리고 아몬드우유
가끔 로켓스페이스 로비 앞에 놓인 과일을 먹기도 하고요. 

그리고 제 맞은 편에 앉은 윤모언니랑 친해졌거든요. 
이제 언니에게 여러가지 잔소리(저는 이게 너무 좋아요.)를 들을 만큼 친해졌어요. 

오늘 저녁에는 뭔가 기분이 뒤숭숭해서
늘 출근하던 길에 있던 알록달록한 가게들에 발을 들였습니다.





두 번째 들른 가게에서는 나뭇잎으로 만든,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을 것 같은 전화번호부를 샀습니다. 

그 다음엔 베수비오라는 아름다운 카페에 들어갔어요. 
세상에.. 다음에 꼭 다시 와야겠어요. 
정말 앉은 손님마다 개성보다도,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앉아있었습니다.
알록달록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 전등이 이 공간을 한층 더 환상적이게 만들었습니다.

고민하다, 이 카페에서 제일 어울리지 않는 말을 꺼냈어요.
"여기 와이파이 있나요?"
여자는 없다고 친절하게 말하며,
"두 블럭 더 올라가면 있는 그레코 카페에 가세요."라고 말해주더군요.
기분 좋게 베수비오를 나와 언덕을 오릅니다. 


그레코 카페에 들어가서, 
안 먹을거지만 디저트를 한 번 다 눈으로 훑은 뒤에
제 자신에게 '너는 이거 안 먹어도 되겠다.'라고 일일히 납득시키고는
계산대 위의 메뉴판을 바라보고 섭니다. 
그 동안 아저씨들은 스페인어로 대화를 나눠요. 

문득 저는, 이렇게 계산대의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
소비의 즐거움에 포함된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추천메뉴인 카푸치노 그레코 그란데를 시킵니다.
늘 저는 서툴게 계산해요. 
그만큼 소비를 가능한한 자제하는 거라 여기는지, 
저는 서툴게 동전이며 지폐를 꺼내는 제 자신을 많이 나무라진 않습니다.

어렵게 3.75$를 만들어 놓으니
계산원 아저씨가 지루했는지,
"씨에 씨에"라고 합니다.
한국인이라고 말한 뒤에 스페인어로 말을 거니
저를 대하는 태도가 친근해졌어요.

저는 바깥이 바라다보이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아아 항상 내가 걷던 그 길을 바라보며 앉아있노라니
참 기분이 좋네요. 
누군가, 내가 걸어가는 모습을, 여러각도로 멀어져가는 모습을, 
지금의 나처럼 바라보고 있었을까 생각합니다.



날씨가 무척 좋은 요즘입니다. 
제 주변사람들과의 날씨도 무척 좋은 요즘입니다.

저는 요즘 글을 잘 쓰지 못해요. 
우러나오는 게 없어서 쓰지 못한다는 핑계를 댑니다. 
제 안의 병에 물이 어느정도 채워지면 제 안의 생각을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레 받아적게 되겠지요. 

추석이라니. 
추석을 못 지낸지 3년입니다. 
2012년에는 에콰도르에서, 안드레스 부모님을 대접하는 음식을 준비했던 것 같고,
2013년에는 사막으로 여행을 떠났으며,
2014년에는 테크크런치 디스럽트라는 큰 컨퍼런스를 취재하게 될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고 바깥을 보니, 
붉은 관광버스가 크게 눈에 들어오네요. 
한국은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나요?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10월에 돌아가기 전까지 저는 간절함을 배우고 싶어요. 

오늘 페이스북에서 새로 알게 된 분에게 
멋진 일을 하고 계시네요. 라는 말을 들었는데 무척 기분이 이상했어요. 지난 번에 목대표님과 집에 오며 말씀드린 게 생각났어요. 
"목대표님, 이송이 님을 만났는데요, 월드비전에서 일하시고, 지금은 비트코인일 하시고, 독일어도 하시고. 와 너무 멋있었어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채원아, 멋진 일을 하려고 따라가지말고, 간절한 일을 하려고 따라가." 
저는 속으로 아니 '멋진 게' 왜 안 돼요? 싶었어요. 그런데 생각하면 할 수록, 멋지다는 말이 주는 그 겉의 느낌이 떨떠름해요. 간절함이 주는 그 떨림을 몸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석 잘 보내시고, 
저는 여기서, 하루하루 길게 살아가도록 할게요. 

딸 씀. 




아부지 답장

난 지금 광조우 공항 라운지에서 와인을 홀짝거리며 휴가를 달쿔하게 시작했다
이재 몇 시간 후면 4개월만에 귀가하는 설레임이 귀소 본능 이상의 각별한 의미로 느껴지지
아빠의 유헉시절이나 미국 일본 중국에서 일하며 
홀로 명절을 맞을 때의 가슴시림을 이제 녀도 느끼는 나이가 되었구나, 
아빠는 가장이라 가슴 저림의 무게가 무거웠다만 넌 가벼운 homesick 이길 바란다
가족의 소중함을 교감할 수 있는 카톡이 고맙기도 하고
너의 감수성 외국어 능력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맘에 드는 것에 대한 몰입, 이 모든 것이 너의 소중한 자산이지 
너무 탐미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염려가 되긴 하지만 
마음껏 오늘 이 순간 살아 있음, 건강함, 할 일이 많음, 그리고 가족이 있음을 감사하며 살자꾸나

2014년 2월 3일 월요일

[ISUP/ 이스라엘 그녀의 스타트업 생존기] 음악정체성을 세우자, 사운드포미(Sound4me)



Sound4me
사운드포미


오늘 비자를 받으러 내무부에 갔습니다.
매일 있는 제 히브리어 수업은 1시에 끝나고
보시다시피 비자발급처는 12시 전에 문을 닫기 때문에

오늘, 히브리어 수업이 없는 날
비자를 받으러 간 것입니다.

제 비자는 1월 31일자 까지 였으며, 저는 3일간 불법체류를 한 셈입니다 :)


11:11

뉴스젤리 회의시간이 지나자마자 후다닥
내무부에 왔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의자는 꽉 차있었습니다.
전광판 번호와 30차례나 차이가 나니 원. 

그래도 덕분에 재미있는 구경을 했습니다. 
알리야를 신청하러온 아름다운 여자였습니다.
그 여자는 두 아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제가 바로 데스크 옆에 앉아 있어서 그 모든 대화를 들었습니다. 

"저 알리야를 하러 왔어요. 
남편이 유대인이었어요.
못 믿겠다구요? 제가 유대인인 것을 증명해줄 수 있는 랍비들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베를린에 있는 유대인학교를 나왔다구요."

여자의 태도는 아주 당당했고,
그렇게 여러가지 증거를 대면서
담당자의 질문을 다 잘 대답해냈습니다.
마지막에는 고맙다고 인사하며
두 아이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그 때는 12시 경이었습니다. 


*알리야란 
유대인들의 '이스라엘 귀환 운동'을 뜻하는 말이다. 즉 이스라엘이 지난 1948년에 독립을 한 이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이 자기들 나라가 있는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는 운동을 가리켜 ‘Aliyah’(알리야)라 일컫는 것이다. 
http://familyhealing.net/jungbo.net/Hwizard/contents/contents_261.html




그 길로 저는 오렌지로 달려갔습니다.
저를 담당했던 유대인 아저씨.
검은 키파까지 쓰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키파에 수염까지 기른 정통 유대교도를 통신사에서 일하는 것을
정말이지 처음 보았습니다.

여자인 저를 어려워하는 것도 아니고
난쟁이같은 친근한 목소리로 말을 건냈습니다.

그나저나 오렌지의 상황은 전혀 친근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렌지에 온 것이 12월 31일이었고, 
그 날 밀린 금액을 다 냈는데,
오늘 가니 다시 349세켈 (10만원)을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패드까지 끊었는데 이 금액을 내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고,
저는 끝까지 따졌으나
결국 밀린 금액을 모두 냈습니다.

그리고 25일에 다시 여기 와서 오렌지를 정지시키느니
지금 해버리겠다 싶어서
대뜸 제 번호를 정지시켜달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말하기 전, 이렇게 말한 후,
그리고 집에 오는 버스에서
핸드폰이 없는 한 달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15:10

집에서 오렌지와 
호무스를 바른 곡물빵으로 점심을 후닥닥 먹고,

텔아비브 대학교 아로마커피에 왔습니다.


하이 씨와 사운드포미 인터뷰. 

사운드포미는 사람들이 '음악정체성'을 일깨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와이드처럼 음악의 소셜네트워크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그룹픽처럼 같은 공간의 사람들이 무언가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룹픽은 사진, 사운드포미는 음악)

음악정체성이라 함은
자신이 있는 장소가 카페든, 헬스장이든, 쇼핑몰이든
그 사람들이 정해준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룹으로 함께 그 장소에 모인 사람들과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올리고, 함께 들을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추천해주는 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고요. (다 하이씨가 들어주신 예시입니다. ㅎㅎ)

하이씨 인터뷰를 계기로 저는 크게 각성하게 되었습니다.
내일 아미 오카비씨의 맥펀드 인터뷰는 
정말 최선을 다하리라,
오늘 만반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저, 남은 기간 정말 열심히 살겠습니다. 



2013년 11월 25일 월요일

[ISUP/ 이스라엘 생활기] 엠마부틴 씨 집 앞에 있는, 90세 사라 할머니의 타마르 카페

엠마 씨 집 앞에서 약속 시간 1시간 전부터 와서 
공원 돌벤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문자를 보니 15분 더 늦을 거라는 엠마.
엉덩이는 차가워지고 도저히 더 앉아 있을 수 없어
짠순이인 내가 들어선 곳은 엠마의 집에서 3분 떨어진 한 허름한 카페. 




Tamar Cafe
타마르 카페


채: 여기 메뉴판 좀 주세요.
점원: 여기 메뉴판 없는데요?
채: 아... 그럼 여기 뭐 있어요?
점원: 있을 건 다있어요. 토스트, 커피, 샐러드.. 말만 하세요.



    Legendary café that still  exists  surviving  the modern influence and remaining the same: the plastic chairs the decorationeverything is the same. You can meet there among the regulars writers, poets and other culture figures.   

www.telaviv4fun.com/cafeshenkin.html


저기에 걸어두자.
내 짐을.



채: 여긴 무슨 커피 잘 해요?
점원: 카푸치노죠.


카푸치노가 나오고, 나는 5분 안에 원샷했다.
히브리어 숙제를 하면서
나는 결국 팔베게를 하고 나른한 오후 1시.
잠이 들어버렸다.

    Serves simple basic food and old style café

메뉴는요,
삶은 달걀, 치즈빵 등등 작은 요기거리가 5세켈
커피, 탄산음료는 12세켈 (3840원, 1세켈 =320
샐러드는 25세켈이래요.



이 희안한 카페에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보기에 너무나도 허름한 이 카페는
마치 메뉴판 없이도 당당한 점원처럼
벽에 이렇게 수많은 단서들을 펼쳐놓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만 빼놓고.

Tamar Cafe

57 Sheinken St.
}03 685 2376
If Cafe 12 has got the cool, Tamar has the name. It has even been immortalized(불후의 명성을 얻다) in the canon of cheesy ’80s synth-pop by the big-haired New Romantic band Mango.
* On the corner with Ahad HaAm. Coffee NIS10. Bagel NIS25. Cash only.
~Open Su-F 7:30am-8pm.
- See more at: http://www.letsgo.com/middle-east/israel/tel-aviv/food/tamar-cafe#sthash.3WBuC87E.dpuf



채: 여기 유명한 데에요?
점원: 당연하죠! 이스라엘에서, 아니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카페라고요!
채: 농담하시는 거죠?
점원: 이 카페의 주인은 세계 2차 대전에도 참전한 사라 스턴 씨의 카페에요.
이제 아흔 살이 되셨지요. 바로 저기 있잖아요!

점원2 등장

채: 정말요? 어? 왜 이렇게 동안이세요? 기껏해야 40대이신 것 같은데?
점원2: 하하하. 제가 아니구요, 주인공은 바깥에 계십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을 만났다. 
사라 스턴 씨.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눈을 가늘게 떠 나를 바라보는 그녀. 
역사가 된 그녀, 
그녀의 카페,

타마르.

그제서야 저는 제가 있는 장소의 이름이
타마르 카페였음을 알았습니다. 

The cafe is owned by local legend Sarah Stern, who stars in the glut of(넘쳐나는) political cartoons adorning the walls, taking on the world as she indiscriminately kisses, chases, or bitch-slaps her way through decades of presidents, prime ministers, and their aides.


제가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라 씨와 점원2.

언젠가 사라 씨를 인터뷰하러 다시 여기 올거에요. 

엠마부틴 씨 집 앞이니까 뭐, 매주 지나게 되겠네요 :)



기억납니다. 엠마 씨와 함께 우유나 빵을 사러 함께 외출할 때 
이 카페 바로 옆의 유기농 가게에서 엠마 씨는 우유를 사러 들어가면, 
저는 가게 밖에서 엠마 씨의 개인 케밥이 도망가지 않게 지켜야 했습니다. 
결국 케밥이 이 카페 쪽으로 도망쳐서 카페 손님들의 구경거리가 된 적이 있었지요. 

재미있네요. 
첫만남 그리고 친해짐,
익숙해짐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