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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3일 화요일

[에바노트] 사과를 꿀에 찍어 먹는 이스라엘의 새해, 샤나 토바(שנה טובה)


이스라엘의 새해
샤나 토바
שנה טובה



이 포스팅을 쓰게 된 계기.

첫 번째, 아침에 일어나니 로니엣이 메일을 보냈더라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요. 



두 번째, 로니엣에게서 받은 이 이미지로 
페이스북에 내 상태를 써서 올렸어요. 

코멘트 중에 
'석류, 사과, 꿀이라니.. 뭔가 숲속의 요정같은..ㅋㅋㅋㅋㅋ'



이라는 코멘트가 있었고, 
그것을 설명해주다가 작년 사진들을 보게 되어 이렇게 포스팅을 하게 되었어요. 




작년 이스라엘에서의 새해 이야기
2013년 9월 4일


제 멘토이며, 제가 인턴을 했던 엠마 부틴 씨 집에 가는 길에
엠마 씨가 좋아하는 빵집에 들렀어요. 

엠마 씨에게 인턴 첫 날인만큼 저의 각오와 
감사를 표하고 싶었거든요.


빵을 골랐습니다. 


שנה טובה



라는 말은 샤나 토바 = '좋은 해' 라는 뜻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인사입니다.






엠마 집 앞에서 미팅 시간을 기다리면서 
재미있는 상황을 목격했어요. 

1. 개가 공원에서 X를 보았어요.
2. 자전거를 끌고오던 주인아저씨가 개 똥을 주우려고 하다가
자전거가 넘어졌어요. 
3. 자전거 뒷 자석에 타고 있던 딸이 넘어졌어요.


딸을 달래는 아버지.


제 앞으로 자전거를 끌고오더니 딸을 안정시키며 다시 자리에 앉힙니다.


제자리에 놓인 개X


제자리에 놓인..



이후 엠마에게서 첫 인턴 업무를 배정받았어요. 
엠마 씨의 한국판 웹사이트 제작이었던 것 같아요.




집에 가는 길에 꽃을 사는 사람들. 
이스라엘 사람들은 샤밧(안식일)마다 꽃으로 식탁을 장식하거든요.
새해니까 당연히^^




집에 돌아와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새해라며 저에게 사과와 함께 찍어먹으라고 
꿀을 준비해주는 사라.

정말 감동이었어요...


참고로, 이스라엘에서는 새해에 사과, 석류, 꿀을 먹어요.
그 이유는 

첫째로 달달한 한 해를 보내라는 의미구요.

둘째로 헤롯왕이 어지러울 때마다 사과를 먹었기 때문이래요
탈무드 시대에는 아픈 사람에게 사과를 선물하는 전통도 있었어요. 



저에게 새해 상을 차려준 사라.



그렇게 1년이 흘렀네요.
말하자면 2014년 9월 24일로 새해가 시작되기 이제 약 3시간 전.

올 한해도 달달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모두 꿀처럼 달달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4년 6월 27일 금요일

[ISUP/ 이스라엘 그녀가 듣는 창업수업 들여다보기] 엠마부틴의 창업수업 - 스타트업의 마케팅

세 개 러너.
세 개만 배우자.


Emma Butin

엠마 부틴


제가 이스라엘에 있는 동안 5개월 동안 인턴 생활을 했던,
이스라엘의 여성 창업가, 작가, 대학교 강사, 스타트업 전략분석가 엠마 부틴 씨.
IDC에서 들은 엠마 씨의 수업필기입니다. 


1. 
우리는 What만 생각하잖아. 
그런데 How는 상상을 안한다고. 
그런데 개발자들은 어떻게를 생각한단말야. 

만약에 What, How 이 두 가지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으면 
그 스타트업은 정말 성공하는 거지. 

오늘은 마케팅이란 무엇인지 이야기해보자.
마케팅이란? 
creating demand 
광고, 구전효과, 영업사원 등이 생각나지?



2. 
독일의 하이데거에 따르면, 
내가 무엇을 아는지 알고 있는 게 있고, 
내가 모르는 게 뭔지 아는 경우도 있고,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어. 

이 세 가지를 마케팅으로 가지고 가면 세 가지 사용자층을 알 수 있지. 

1. 사용자들은 존재하는 문제를 알고 있고, 솔루션을 알고 있어.
2. 사용자들은 문제를 알고 있지만, 솔루션을 잘 모르거나 별로 신경을 안 써. 
3. 문제도 모르고, 솔루션도 모르겠는 사람. 

3가지 다른 범주의 경쟁자가 있어. 
우리는 의식적인 레벨에서 분석하자. 

1. 얼리 어댑터
2. 대중
3. 스마트폰도 없는 애들.

이 중에서 누구에게 내 상품을 알려야 할까? 
2번으로 피칭을 하면 에너지가 소진된다고. 차라리 1번으로 피칭하는 게 어때?
결국 1번으로 가는 것이 정답이다. 



3. 숙제: 경쟁자 찾기

자, 오늘 너희가 각자 사업 아이템을 정했잖아.
그럼 이제 이 3가지 사용자층에서 경쟁자들을 찾아봐.
경쟁자들을 다음의 항목들로 정리하면 돼.

예시)
이름/ ISUP 
뭐하는 스타트업인가 / 이스라엘 스타트업 소개 플랫폼
사용자에게 주는 약속은 무엇인가 / 이스라엘의 창업가정신을 당신에게 전해준다.
킬러 특징/ 에바가 직접 창업가를 만나 인터뷰한 이야기 혹은 생생하게 겪은 이야기
태그라인/ 사람냄새 나는 스타트업 이야기
구글 태그라인/ 사람냄새 나느 스타트업 이야기 



4. 중요한 것은 아이템을 일반적인 컨셉보다는 극단적인 컨셉으로 정하는 거야.

자, 너희가 무료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어서,
Free website라고 검색하면,


보는 것처럼 너무나 많은 경쟁자들이 나온다구.
하지만 조금 극단적이게, 

쉐프를 위한 무료 웹사이트라고 쳐볼까? 



쉐프를 위한 무료 웹사이트. 치니까 아무도 없었거든. 
이렇게 극단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게 중요해.

2014년 4월 20일 일요일

[ISUP/ 이스라엘 그녀의 스타트업 인턴이야기] 워드프레스를 거쳐 윅스(WIX)에서 웹사이트를 만들기까지의 1달



윅스
Wix



윅스는 

엄청난 구두쇠인 저를 꼼짝없이 먼저 

유료사용자

불만고객

충성고객

으로 만들어버린 스타트업입니다.

이야기는 흘러흘러 2013년 10월 13일(수)로..

엠마 씨가 외부강연을 했던 날로,
'10억 달러 기업들의 비밀'에 대한
강연 후에 120명의 참석자들은 엠마 씨에게 열광했습니다.


당시 엠마 부틴 씨의 인턴이던 저의 주업무는 
엠마부틴 씨를 한국에 알릴 수 있도록
소셜마케팅을 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엠마 씨에게 소개해주었던
미국의 마케터에게
그 일마저 뺏길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늘 인턴으로서 수동적이던 저는 그 날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엠마에게 말했습니다.

에바: 엠마씨, 한국의 독자들을 돌아보셔야죠. 
그리고 저는 당신의 인턴이에요.
저에게 일을 주세요.

엠마: 좋았어. 그러면 에바야, 한국 독자들이 방문할 수 있는
한국어로 된 내 웹사이트를 만들어줘.

에바: 네.

이리하여 저는 무시무시한 워드프레스에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그 당시 쓴 일기



아모스가 사준 망고주스.
아모스는 스타타우 과정에 있으면서 든든한 기둥같은 존재.
엠마 부틴과의 인턴생활이 어떠냐고,
정해진 인턴은 가톨릭의 결혼같은 것이 아니니(참신한 표현이었다.)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말하라고 했다. 
엠마씨와의 인턴이 뭐랄까 내가 생각한 '인턴'이 주는 안정된 일은 아니지만
나는 분명 내가 많은 것을 배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아모스에게 너무나 고맙다. 
오늘 워드프레스를 배우러 가서 조언도 듣고,
이렇게 내 인턴생활에도 관심을 가져주고.
언제든지 와도, 날마다 와도 좋다는 아모스의 말이 무척 든든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스타타우에 와서 작업을 하도록 해야겠다. 
동료들도 있고, 아모스도 있고, 커피도 있고, 히브리어도 있는 스타타우
이 곳에서 일하는 게 좋다.


하지만 이 워드프레스 웹사이트는 제가 맥북을 쓰는 만큼
그 코끼리 문양의 MAMP를 매번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어요.

결국 엠마는 저에게 
윅스를 사용해 웹사이트를 만들어달라고 말합니다.


저는 뚝딱뚝딱 
엠마씨의 웹사이트를 만들었으나, 

문제는 피노키오처럼, 
이 웹사이트는 생명이 없었어요.

도메인(URL)이 없었으니까요. 

10월 29일 윅스의 유료회원으로 등록하면서
도메인을 사려고 했으나

이미 emmabutin.com은 사용이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저는 한국의 닷네임코리아를 통해
emmabutin.co.kr을 구매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emmabutin.co.kr이
윅스에서 만든 웹사이트와 도무지 연결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윅스에서 인턴을 하고 있던 경민오빠에게 물어봤고,

오빠는 FAQ에 다 나와있다고 말했습니다만, 도무지 되질 않았습니다.

저는 윅스에 고객의 소리에 세 번 글을 썼습니다. 

닷네임코리아에도 글을 썼고, 

같이 이스라엘 인턴 프로그램을 하는 신애언니, 한결오빠에게 질문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되질 않았고, 그렇게 2주 가량이 지났습니다.

정말 화병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마침내 저는 윅스 본사에 불쑥 찾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엘레베이터 안

직원: 누굴 찾아 오셨죠?
에바: 고객 센터에 가려고요.
직원: 혹시, 중국인이에요?
에바: 아뇨, 한국인이요.
직원: 그럼, Min한테 데려가면 되겠네.

아아.. 이런..
실은 경민오빠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 직원은 저를 경민오빠가 일하는 마케팅 사무실로 안내했습니다.


경민오빠는 저를 보고 당황했지만
이내 10명 정도 되는 직원들의 이목을 모두 우리에게 집중시키고는

저를 이스라엘 테크블로거로 
모두에게 소개했습니다.

직원들은 프랑스, 미국,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정말 글로벌한 마케팅 팀이었습니다. 

경민오빠도 이리저리 해보았으나
결론 내린 것은

이것은 윅스의 문제가 아니라
닷네임코리아 측의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머쓱해졌습니다.

그 때 마케팅 부서의 총괄자인 오렌이 다가왔습니다. 


오렌은 경민오빠와 제 사정을 듣고는,

고객 센터로 가자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옆 건물로 이동했습니다. 

오렌 씨는 고객 센터의 직원들에게 저를 넉살좋게 소개했고,

브라질에서 온 한 직원에게 저를 데려갔습니다.

저는 그 직원에게 제가 산 도메인이름을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뚝딱!


파란요정이 단숨에
나무인형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불어넣듯,

드디어 살아난 엠마부틴 씨의 웹사이트!



정말 신바람이 났어요.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윅스 본사를 나오며
저는 함박웃음을 머금었어요.

구글캠퍼스에서 열리는 밋업으로 향하는 버스에 타서
맥북을 열고 워드파일에다가 들뜬 마음으로
일기를 써내려갔습니다.

우와.. 날짜를 보니, 엠마가 처음 웹사이트를 만들라고 한 날짜에서
정확히 1달 후로 군요.. 허허

2013년 10월 12일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좀처럼 해결될 것 같지 않던 일이 어떻게, 
매듭이 풀리듯 그렇게 깨끗하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 
아아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버스 아저씨가 나보고 좀 웃으라고 하셨는데. 이젠 절로 웃음이 난다. 
경민오빠도 손을 못댄것을 어떻게 그 사람이.. 정말 대단하다.. 정말 감동했다. 
이것으로 WIX의 팬이 되었다. 윅스는 정말 최고다. 
그리고 윅스는 내가 처음 이렇게 사용해본 스타트업이다. 아아 정말 너무 행복하다. 


2014년 3월 23일 일요일

[ISUP/ 이스라엘 그녀의 스타트업 생존기] 엠마부틴과 Ch2 촬영 + 남헤르(Namher) 미팅


울판 마지막 날
울판(Ulpan)은 히브리어 수업을 뜻한다. 
아아 울판 수업이 이렇게 재미있는데
그래도 2시간 반 아니 자습시간을 빼면 사실상 1시간 반에 10만원을 내는 수업료라니 이것은 말이 안 된다
결국 3일만에 수업을 마쳤다




그 다음은 바로 엠마네 집에 Ch2 재촬영을 나갔다오늘은 영훈오빠가 촬영을 도와주셨는데 오빠가 촬영 후에 조언을 해주셨다

영훈: 채원 씨 준비 안 했죠? 

채: 네...

영훈: 항상 이랬어요? 

나는 너무나 부끄러웠다정말 내가 엠마씨가 나에게 주신 소중한 기회를 나는 그냥 버리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엠마씨를 멘토로 둔 나는너무나 수동적이고 아기 같았다나는 내 스스로에게 칼을 겨눌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무딘 칼로 수많은 무를 썰려고 하고 있었던 같다.


영훈오빠는 엠마 씨에게도 조언을 했다.

영훈: 엠마 씨, 아까의 설명은 이래서 좋았는데, 지금의 설명은 이래서 좀 그렇네요. 그 부분이 좀 명확하지 않았어요.

나는 엠마에게 조언을 하는 영훈오빠를 뜨억 하며 바라보았다.


엠마 씨는 영훈오빠의 이 조언을 무척 좋아하셨다.
그 다음 주 Ch3 촬영 때 엠마 씨는 영훈오빠가 왜 안 왔는지 물었다.

이후로 오빠는 프렌들리맵에서 인턴을 시작했고
이후 계속 나와 엠마만 촬영을 위해 만났다.


그 날
영훈오빠는 무척 바쁜 듯 했다.
촬영 후 오빠는 자전거를 타고 떠났다.

나는 엘리스와의 미팅이 있었다. 


이 날 엘리스와 미팅을 통해 우리는 협업하기로 했다. 
엘리스는 한국 스타트업과 이스라엘 스타트업을 연결해주고 소개비를 받는 
Namher (히브리어로 호랑이)
라는 회사의 공동대표였다. 
나는 내 스타트업 인터뷰에 엘리스를 데리고 다니기로,
엘리스 역시 정부 측 미팅에 나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 
서로의 스케쥴을 오픈한 것이다. 

이 날 나는 스타타우 수업에 들어가서 아모스에게 말했다.

에바: 아모스, 저 인턴 어디서 할지 정했어요! 저, 엘리스랑 협업할래요.
아모스: 엘리스라.. 두 사람이서, 괜찮은 파트너가 되겠는데? 

예린이에게도 엘리스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엘리스와의 인턴은 1주일 후 무산된다. 엘리스와 함께 스타트업 인터뷰를 다니는, 엘리스가 가는 기관을 내가 함께 방문하는 의미, 장점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뒤 나는 1시간 거리 떨어진 Jaffa Port 지역에 있는 Chanchal 씨의 집에 EatWith 경험을 하러 갔다. EatWith는 내가 인터뷰를 할 스타트업인데 나와 인터뷰를 하기 전에 자기네 서비스를 이용해보길 권했던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13명 정도의 손님들이었다. 영국인들이 7명 정도로 가장 많았다. 내 옆에 앉은 영국인이 한국인은 개를 먹는다고 끝까지 사람을 기분나쁘게 하는 English Joke를 시작했다. (아 저번에 책에서 읽었는데, 이런 거구나.) 정말 어떤 대화도 ‘개’로 귀결짓는 그 대화는 참. 그나저나 인도음식은 아주 맛있었다. 그러나 내가 여기에 100세켈(3 3천원)을 쏟아부을 정도는 확실히 아니었다. 사람들이 그냥 ‘친목’을 위해 모이는 것도 나는 별로였다. 차라리 서로 목적으로 가지고 만나는 스타트업의 밋업이 나는 더 흥미로웠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정말 지옥이었다. 1시간 동안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버스. 나는 에어컨 나오는 버스를 1시간 탈 것을 예상해 상하의를 따뜻하게 입었던 터라 정말 죽을 맛이었다. 집에 밤 12시에 도착했고, 나는 내가 해야할 업무를 모두 끝낸 것은 새벽 4시였다

[ISUP/ 이스라엘 그녀의 스타트업 인터뷰기] 엠마부틴 Emma Butin 씨와의 첫 만남 그리고 인터뷰

엠마 부틴 Emma Butin 씨와의 인터뷰



최고급 빈티지 와인과 그저 빈 병
그녀와 나를 비교하자면 그렇다.
왜 그녀는 나를 멘티로 받아준 것일까.




그녀의 집에 찾아가는 것부터 만만치 않았다. 

Rothschild에 위치한 그녀의 집.
나는 아름다운 가로수길을 애써 무시한 채 
구글맵의 지도와 빌라의 번지수를 번갈아 확인해가며
재게 발걸음을 놀렸다.

늘 여유를 두고 약속장소에 도착하기 때문에
늦은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그녀의 집을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번지수, 호수도 확인하여 벨을 눌렀으나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다행히 안에 계시던 청소부 아저씨가 문을 열어주셨다.

나는 엠마의 집으로 예상되는 11호 앞에서
벨을 눌렀다. 

하지만 개 짖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 집이 아닌가.. 라는 생각에
영어를 못하는 청소부 아저씨와 몸짓 발짓으로 
'다들 지금 놀러가고 없을거야.'
'아니에요. 여기서 약속이 있어요.'
'3호, 4호는 어쩌면. 다른 데는 없어.'
'아저씨 따라 저도 같이 올라갈래요.'
하다가

결국 길거리를 지나는 한 아가씨를 붙잡고,
히브리어로 쓰인 11호의 주인이름을 읽어달라고 했다.
"엠마 부틴. 이라고 하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엠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에바, 미안해요. 내가 샤워중이라 초인종 소리를 못 들었나봐요."


나는 현관이 닫히지 않게 꽂아둔 
생수 페트병을 빼고, 
다시 11호로 올라갔다.

벨을 눌렀을 때,
다시 개 짖는 소리가 들렸으나 
이번에는 잠자코 기다렸다. 

엠마가 문을 열어주었다. 


엠마는 젖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에바씨, 3분이면 돼요. 그 동안 저는 빨리 개랑 잠깐 나갔다 올게요.
편하게 있으시면 돼요."

놀라웠다. 
내가 생각한 것은 좀 더 무게있고, 연륜 있는, 
창업가, 멘토, 강연가, 작가 등 너무나 많은 업적을 이루어
이제는 한 발 물러선 느낌의 
비즈니스 여성이었는데, 

ed가 아니라 ing였다.
가볍고 경쾌한 느낌의, 젊고 세련된 여자였다.

나는 그녀가 없는 동안 
잠시 그 앞의 그림에 다가갔다.


내가 저 코끼리 같다.
엠마가 나에게 진정한 가르침을 줄 것이다. 



저 쇼팽의 얼굴을 보고,
엠마의 프로필 사진과 너무 그 이미지가 겹쳐졌다.

또 이 완벽한 성공인이
쇼팽까지 치는건가
참.. 팔방미인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10시 30분

"나 정확히 10시 30분에 왔죠? 
너무 덥지 않다면, 우리 발코니에서 인터뷰해도 돼요?
나 시가 하나만 태울게요."

발코니에서 인터뷰라..
상상도 못한 것이었다. 


엠: 오늘 어떤 질문들을 할 예정이에요?

채: 엠마씨의 창업가, 멘토, 작가 등의 면모를 전체적으로 다룰 예정이에요.
그런데 실은 제가 엠마씨의 이력을 다 커버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엠: 그럼 내가 머리를 말리는 동안 볼 수 있게 내 이력서를 보내줄게요. 

나는 엠마의 이력서, 엠마가 쓴 책의 서문, 그리고 내가 정리한 인터뷰 질문들을 훑었다.



 

인터뷰는 명백한 대실패였다.
나는 다른 인터뷰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엠마와의 인터뷰를 준비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준비한 것이 아니었다.

엠마는 창업가, 멘토, 강연가, 작가 등 
팔방미인으로 활동한 이력이 너무나 방대했고,
나는 그 이력들을 다 다룰 수가 없었다.

우문현답이 반복되었다.

영어조차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말을 더듬거리기도 했다.
엠마의 이력 중에 
영어, 히브리어 Expert라는 구절이 기억났다. 

이제껏 다른 인터뷰이들은 나처럼 영어가 제 2외국어여서
오히려 인터뷰를 할 때 편안하게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엠마는 완벽한 영어를 구사했다.
게다가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말하는 데 타고난 센스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상대적으로 더 말하는 데 자신감을 잃었던 것 같다. 



엠마는 잠시 인터뷰를 쉬어가자고 했다.
첫째로, 카메라 위치를 좀 더 조정했으면 좋겠으며,
둘째로, 너무 더우니 머리를 묶고 오겠다고 했다.

나는 좌절했다.
아 정말.. 최악의 인터뷰야..
내가 너무 준비가 부족했어..
엠마씨가 뭐라고 생각하실까.


엠마씨가 돌아오셨다.

채: 엠마씨, 제가 너무 단시간에 얕게 너무 많은 이슈들을 건드린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엠마씨와 어떤 얘기를 더 진행해야 할지 
함께 얘기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엠: 괜찮아요. 오늘 잘 못하더라도 내가 똑같은 옷을 입고, 
다음 주에 다시 하면 되잖아요. 하하.

나는 그녀가 얼마나 바쁜지 알기에 그 말이 너무 고맙고 죄송했다.

채: 그런데 엠마씨, 아직 이 책이 출판이 안 됐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면 제가 이 책을 바탕으로 한 질문들은 제가 기사화하면 안될것 같은데요.
다시, 엠마씨가 Geektime에 올린 기사를 바탕으로 제가 질문을 해야되지 않나..

엠: 에바씨, 그럼 내가 제안 하나 할게요. 

나는 직감적으로 그녀 입에서 나올 말이 
나에게 보물같은 제안이 될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내 예상은 들어맞았다.


그녀는 
The 10 lessons that I learned from living the Start up world
을 바탕으로 나랑 함께 앞으로 세션을 진행할 것을 제의했다. 

나로서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발코니를 나서며, 

엠: 아, 에바씨 한국이름은 뭐에요?

채: 채원이요. Chaewon.

엠: Chaewon. 좋아요. 난 채원이라고 부를래요.


난 미소를 띠었다.
외국인이면서도 나를 '채원'이라고 오롯이 불러주는 사람은, 
나 역시 그들의 이름을 기억할정도로 늘 각별한 사람들이었다.
엠마 역시
나를 '채원'이라고 불러주려한다.


채: 엠마씨 약속 나가실 때 같이 나가도 돼요?

엠: 그럼요. 그럼 지금 나랑 케밥이랑(개) 잠시 산책 갈래요?



아까는 엠마의 집을 찾아오느라 
공원의 평온
나에게까지 다가오지 않았는데

지금은 나까지 안고 있었다.



저를 멘티로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빈 병이고 앞으로 열심히 채워나가겠습니다
제가 리더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봐주십시오 

- 삶의 미술관 커빙 | the Gallery of Life |http://www.cubbying.com/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커빙에 올린 게시물.



엠마는 이 장소에서 미팅이 있었다.

엠: 여기서 미팅이 있는데, 한 번 인사하고 가요.
Gil이라는 투자자인데, 채원씨 명함을 서로 교환해도 좋아요. 

나는 Gil씨께 명함을 건내고, 엠마씨께 고개 숙여 인사하고 그 자리에서 나왔다.



나는 뛰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금요일 오후 12시 30분. 
내 샤밧(안식일)이 시작되었고,
나는 벤치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뛰는 가슴에 차오르는 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엠마가 내 멘토가 되준다니나는 믿을 수가 없다.
이 아무것도 없는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이스라엘 최고의 여성 비즈니스 리더의 제자가 되다니.

이렇게 부족한 내가 말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난 정말 모르겠다.
왜 이렇게 나에게 잘해주는 건지.
왜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지 나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저 감사히 받을 뿐이다.
내 그릇이 모자라다는 것을 매 시간매 초 인식할 뿐이다.

정말 가슴이 뛰고 황송해서 말이 안 나온다.
내가 어쩌다 이 세상에 '떨어진' 걸까.
가장 완벽한 시간들이다.
가장 완벽한.

엠마씨 고맙습니다.
저 이렇게 부족하지만 
열심히 배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