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7일 금요일

[시안 에바노트] 중국 시안의 베이커리 빠담(Padam) 제빵, 손님맞이 일일체험




시안의 베이커리 일일체험




제 친구 레이는 Padam이라는 베이커리를 시안에 창업했어요. 이 친구는 싱가폴계 중국인인데, 부자집에서 자랐습니다. 7년 동안 아무 일을 하지 않다가 베이커리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2014년 12월 28일에 영업을 시작했다는 액자가 걸린 것으로 보아 2달이 되었습니다만 그 인기는 엄청납니다. 이미 여러 투자들에게 콜을 받고 있는 그는 한창 바쁘게 사업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 창업가였습니다. 

베이커리에 도착해서 처음에는 '에게? 고작 요만한 거였어?' 하고 생각했습니다. 파리바게트에 익숙한 저에게는 고객이 앉을 테이블은 하나, ㄱ자 유리진열대가 전부인 이 베이커리가 너무 작게 느껴진 것이었습니다.

2층의 사무실 겸 제빵실에 들어가니 제법 규모가 컸습니다. 저는 6명의 직원들이 빵을 만드는 모습을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에게 빵도 조금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1 소시지빵




처음 먹은 빵은 소시지빵이었습니다. 짜거나 달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빵인데, 소시지가 짜지도 않고, 나머지 빵부분도 은근한 달달함이 있어 먹기 좋았습니다. 나중에 이름을 보니 '핫도그'로 되어있더라구요^^

#2 찹쌀빵



그 다음으로 반으로 잘려서 제 손에 놓인 빵은 신작이라고 하는 찹쌀빵이었습니다. 겉에는 참깨가 아낌없이 투여되고, 안에는 팥이 들어간 이 빵은 어르신들도 참 맛있게 드실 것 같았습니다.

저녁에 제가 카운터를 볼 때의 일입니다. 아직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빵이라 진열대에 놓였을 때 손님들이 잘 사가지 않았습니다.

손님 : 이 빵은 뭐죠? 안에 뭐가 들었어요?
일란 : 신제품이라 실은 잘 모르겠어요.
에바 : 아 이 빵 오늘 제가 먹어봤어요. 안에 팥이 들어가 있는데 아주 맛이 있어요.
손님 : 그래요? 그럼 이 빵 하나 주세요.

저는 일란에게 찡긋해보였습니다.

#3 일편단심 빵



그 다음으로 먹은 빵은 '일편단심'이라는 케이크였습니다. 실은 케이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저를 위해 보숭보숭하고 동그란 순수한 자태로 놓은 케이크와 스테인레스 포크로 착각할 만한 플라스틱 포크와 함께 예쁘게 식탁에 놓아준 것을 보고 다 먹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안에는 체리가 든 것 같았는데, 전혀 달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케이크 자체도 별로 달지 않았습니다만 제가 원래 케이크를 별로 안 좋아하기에 그냥 그랬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케이크는 이 가게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만한 케이크였습니다.

따뜻한 빵을 실컷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던 저로서는 좀 안타까웠습니다.

원래는 바로 카페에서 기사를 쓰려고 했던 저는 제빵사들을 보며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마침 레이가 제빵사 한 명이 나가서 빵굽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말을 하자 저는 대뜸 오늘 하루만 여기서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바닥청소, 설거지 등 어떤 잡일이라도 좋으니 허락해달라고 말입니다. 레이는 친구인 저에게 일을 시키는 게 미안한지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레이: 임금은 어떡하지?
에바: 에이, 점심, 저녁만 해결해주면 그걸로 돼.
레이: 하하 당연하지. 알았어. 한 번 물어볼게.

레이는 징징을 불러 설명을 했습니다. 징징은 제가 제빵을 많이 배우지 못할텐데 괜찮을까 하고 걱정했습니다. 저는 어떤 잡일이든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레이는 저에게 앞치마와 요리사 모자를 건내주었습니다. 빨간 셔츠 위에 짙은 회색빛의 앞치마를 두르니 정말 쉐프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징징과 칭진 옆에 다가가서 하는 것을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녹차반죽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제가 하니, 정말 만만치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녹차반죽에 노른자, 그 다음 흰자, 우유를 넣은 다음, 칭진이 젓는데 그 힘이 엄청났습니다. 그 다음 완성된 생크림 한 통과 그 녹차반죽을 젓는 것을 보고 저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칭진은 처음에는 손으로 하다가 나중에는 저에게 팔을 걷어달라고 하더니 팔꿈치까지 생크림통에 넣고 함께 젓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는 절대로 이 빵은 먹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 반죽은 족히 4개의 트레이에 넓게 펴졌습니다. 과연 이게 어떤 빵으로 변신할까 궁금했습니다.

#1 샌드위치

한편 진팡은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달걀을 어쩜 저렇게 동그랗고 예쁘게 부쳐서 샌드위치 안에다가 넣는 것일까, 게다가 빵을 4단으로 쌓다니.. 어떤 모양이 나올까 궁금했는데, 나중에 완성적을 보고 정말 감탄했습니다. 삼각으로 잘린 샌드위치는 정성스런 4층, 그 겉은 달걀로 맛있게 구위진데다, 위에는 햄과 격자 마요네즈로 한껏 치장한 모습이었습니다.



#2 Seasons Cake

케이크들은 전부 냉동실에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과일케이크를 꺼내서 ㄱ자 자로 가로 18cm, 18cm로 재서는 네모진 칼로 잘랐습니다.

칭진은 그 위에 오렌지, 키위, 빨간 과일, 딸기, 복숭아, 파인애플, 체리를 먹음직스럽게 올려놓았습니다. 다 되었다 싶은데도 계속해서 올리더니 정말 과일더미가 된 후에야 초콜릿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이름하여 Seasons Cake였는데, 4계절이라니, 귀여웠습니다.

나중에 손님이 케이크를 고르실 때 오늘 만든 것이라 무척 신선하다고 말씀드리는데, 제가 다 뿌듯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옆에서 열심히 지켜보고, 그 분들이 저에게 관심있게 질문하는 것들에 재미있게 말동무를 해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트레이에 머핀도 올리고, 머핀 포장도 하고, 케이크도 옮기고, 유선지도 벗기고, 바나나 껍질도 벗기고 간간히 일을 도왔습니다.

무척 신기했던 것은 식빵을 만들때였습니다. 처음에는 크루아상을 만드는 줄 알았습니다. 반죽을 똑같은 무게로 재서 덩어리를 아름다운 동그라미들도 줄새우더니 반죽을 밀대로 밀어서 돌돌 마는 것이었습니다. '롤케익인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더니 이렇게 예쁘게 만게 의미없을 만치 무심히 5개 반죽을 깊은 틀에 옮겨놓는 것이었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에야 알았습니다. 열심히 부풀어오른 그 빵은 정확한 직사각형이 되어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식빵의 본모습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 식빵을 뜯어먹을 때 동글동글하게 말려서 뜯어지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문득 오빠가 좋아하는 빠리바게트의 모닝브레드가 생각났습니다.

그 이후의 반죽에는 말린라즈베리, 건포도, 팥이 들어갔는데 제빵사님이 그 재료들을 아낌없이 반죽 위에 흩뿌리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좁은 반죽위에 얼어있던 재료들이 승차하듯 제빨리 올라타고, 다시 이불말듯 돌돌 말려 탐스러운 원통형 반죽이 되는 식이었습니다.



진팡, 칭진, 에바 그리고 징징

징징은 저랑 동갑이었습니다. 런닝맨, 아빠 어디가 등등의 예능프로그램을 다 좋아하고, 시안에는 이니스프리가 없는 것을 아쉬워하고. 그녀는 바나나를 채썰어 자르더니 그것을 한 프라이팬씩 버터에 튀겨내었습니다. 나중에 이 바나나에 초콜릿을 입히는 것을 보니 케이크 재료가 되는 모양이었습니다.



드디어 점심 시간. 우리는 앞치마를 벗고, 코트를 챙겨입었습니다. 요리사복이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평상복을 입은 모습을 처음 보니 다들 멋쟁이들이었습니다. 칭진은 저를 무척 마음에 들어해서 점심을 사주겠다고 했습니다. 참치가 들어간 동그란 빵, 맵고 뜨거운 탕에 든 국수, 그리고 맵고 차가운 국수를 푸짐하게 시켜주어서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이런 음식을 패스트푸드처럼 판매하는 것도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오후에는 트레이시가 Brite Semiconductor 시리즈 C펀딩 기사를 부탁해서 사무실에서 기사 작성을 했습니다. 4시에는 공원에 나가 산책을 하는데, 도심 속 5차선 도로의 3차선에 공원이 조성된 곳을 걸었습니다. 날씨가 무척 쌀쌀하고 하늘은 흐렸습니다만 저는 이미 시안에 다시 봐도 반가울 여러 얼굴들이 생긴 후였습니다.  그 사람들을 한 사람씩 곱씹으며 저는 공원 한 바퀴를 돌고 베이커리로 돌아왔습니다.

러시아인인 리나가 집에 갈 참이었습니다. 리나는 중국어를 정말 잘합니다. 유학생으로 3년을 여기서 산 그녀는 제가 이전에 만난 러시아 사람과는 다르게 조용하고 아주 상냥했습니다. 제가 어떤 빵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는데, 되려 저에게 좋아하는 빵을 골라보라고 말하며, 우각 모양의 빵을 손수 싸서 건내주었습니다.

날렵한 모양의 우각 빵은 겉보기에 더 이상의 형용사를 붙을 것 없는 그저 빵일 뿐인데, 그 맛은 아주 특별했습니다. 겉테두리를 먼저 살살 뜯어내서 바삭하고 달달하게 먹고나서 그 순수한 속살을 입에 넣으면 정말 그 쫄깃함이 느껴졌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작은 베이커리 안에 리나, 앤드류 그리고 조조 세 사람이 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저도 같이 일손을 돕기로 했습니다. 제가 중국어가 서툴어서 미리 한국인이라고 말하자 한 손님이,

손님: 우와, 이 베이커리는 정말 인터내셔널하네요.

하면서 혀를 내둘렀습니다. 사실 러시아인 리나, 우간다인 앤드류를 채용한 것이 저역시 신기하던 참이었습니다. 사실 중국어를 못하고, 흑인인 앤드류를 채용한 레이가 내심 대단해보이기도 했습니다. 일란은 신장 사람인데, 집에서 플랜테이션을 한다고 했습니다. 거기서 나는 배가 아주 맛이있다며 내일 가져오겠다고 했습니다.

베이커리에서 손님들을 맞는데, 이 베이커리, 정말 대단했습니다. 케이크를 포장 그 상자가 편리하게도 위에 뚜껑이 있는 종이상자인데다, 손잡이를 쇼핑백의 넓고 편리한 손잡이로 감아주었고, 개별 상자에 나무손잡이에 스테인레스 손잡이가 있는 케이크 조각용 도구, 묵직한 스테인레스 포크와 숫자 초, 모든 케이크가 아름다운 샷으로 (실물과 똑같이) 펼쳐지는 팸플릿을 함께 주는 것으로 되어있었습니다. 생일자를 위한 왕관은 그 종이재질이 무척 훌륭하고 고풍스러운 금색이었으며, 멋진 필기체로 생일문구가 영어로 적혀있었습니다.

레이는 파담 웹사이트도 만들고 본격 위챗 마케팅에도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 기억 속에 가장 맛있는 빵집이 이곳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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