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일 일요일

[에바노트] 그대에게

그대에게. 

잘 지내는지.

있지, 
한국을 떠나서 짧은 시간 동안만이라도 머리를 식히고 오는 게 어때?

이 영상은 부룬디 단기들이 만든 영상이야. 
에콰도르 청년들에게 이 영상을 보여줬더니, 
많은 친구들이 감동을 받고 브룬디에 가고 싶어하더라.

이 영상은 내가 에콰도르 있을 때 가비랑 밤 새서 만든 것. 

에콰도르에서의 1년.
내가 에콰도르에 갔던 것은, 절대 시간 낭비가 아니었어.
다른 친구들은 1년을 못채우고 떠났지만, 나는 1년이 나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해. 

나는 1년 동안 정말 귀중한 것을 배웠어. 
겸손을 배웠고, 남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배웠어. 
마음을 써서 일하는 법을 배웠어. 

스페인어는 내 인생의 재산이 되었어. 
언어는 문제가 전혀 되지 않아. 다녀온 단기들이 하는 말이 있어 
'3개월이면 네가 어떤 생뚱맞은 나라를 가든, 그 나라 언어를 터득할 수 있다.'

아, 맞다. 친구가 여기 사이비라고 했다며. 
지금은 이 교회를 다니지 않아. 하지만 나는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른다'라고 생각했어. 
그 모든 것을 제치고, 
나는 1년 봉사를 다녀온 선배들이 웃는 것을 보았어. 
특히 남자들이 웃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어. 
내가 이 교회에 처음으로 간 날 쓴 일기를 보여줄 수 있어. 나는, 
'나도 저렇게 웃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어. 
그건 가식이 아니었어. 진심으로, '우리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보세요'
라고 웃고 있었어.

내가 군대 생활같다고 했지만, 내가 에콰도르에서 찍은 사진 본 적있어? 
나는 거기서 웃는 법을 배웠어. 이를 드러내고 웃는 법을 배웠어. 
스스로도 다중인격으라고 생각하고, 가는 모임마다 다른 가면을 썼던 나는,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볼 수 있게 되었어. 
내 외모가 어떻고, 내가 무슨 대학을 나왔고..
나는 그 동안 내가 걸쳤던 껍데기를 다 벗어버릴 수 있었고, 
유채원이라는 알맹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어. 

나는 인생을 살면서 내가 실패하고, 살기 싫어질 때,
내가 전재산을 털어서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어. 
에콰도르. 
나의 제 2의 고향이니까. 
내가 사고 치고, 말괄량이고 그래도, 날 1년 동안 꼬옥 안아주신 자매님들, 
내가 한국어를 가르칠 때, 함께 춤연습할 때, 밖에 나가서 행사할 때
함께 했던 거의 의형제 같은 친구들..

1년이 싫으면 더 짧게 있어도 좋아.
마음에 안 들면 한국에 돌아와도 좋아. 
그렇지만, 나는 꼭 그대가 한 번만이라도 경험해 보았으면 좋겠어. 
내가 맛보았던 행복을. 

우리가 사는 한국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어. 
더 나은 세상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지금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이만 줄일게. 

그대를 무지 아끼는 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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