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6일 월요일

[에바노트] 중세복식을 입고 즐기는 가을 캘리포니아 축제, 르네상스 페어(Renaissance Faire) &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후기

르네상스 축제
Renaissance Faire



영화 속 한 장면이냐고? 
아니면 사진가가 찍은 사진이냐고? 

아니다. 
그냥 셔터를 눌리면 흔하게 찍을 수 있는 사진이다. 

르네상스 페어..
중세의 복식을 입고 즐기는 이 축제


잠시 사진을 보면,


맥주 주는 아저씨
주문을 받을 때마다 모두가 들리게 우렁차게 말한다.
"여기, 맥주 하나!!!!!"
"미성년자인지 확인!!!!!"


망치내리치기 게임하시는 우리 임금님


유리병 가게의 여인


호그와트의 모든 지팡이


지팡이 끝을 돌려서 열면,
정말 안에 유니콘털, 불사조 깃털 등이 들어있다.


마술사 할아버지


공중에 달린 이 배..


그리고 이 배를 만든 이 목수 아저씨.
동화 속에 나오는 것에 모티브를 얻어서 만든다고 하셨다. 
그 뒤의 나무가지 위를 보면,
그가 만든 나무인형이 앉아있다. 


점술사 아줌마.

내 얼굴을 천천히 보시더니,
"둘 낳겠군!
한 놈은 아주 머리가 좋을거야!
꼭 화학을 시키도록 해!"
하셨다..


그의 이름은 치지.
내가 말을 걸자 곧이어 아름답게 하프를 연주해주었다. 
숲 속의 요정을 직접 만난 것 같았다. 

이런 이유로
중세 축제는
내가 여지껏 가본 축제 중 단연 최고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사람들의 ‘자기 뽐내기’를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어떻게 아줌마, 아저씨는 물론이거니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저렇게 즐겁게 참가할 수 있는 걸까. 
한국에 비하자면 설날, 추석에 경복궁에서 한국 전통 축제를 하는 것이다. 
거기에 소리야, 김덕수 사물놀이 팀이 저녁 공연을 맡고.

성공요인을 꼽아보았다. 



1. 참석자들이 스스로 열광하게끔 하여 바이럴 마케팅이 잘 되었다. 
웹사이트(http://www.norcalrenfaire.com/themeweekends.html)
를 매우 잘 구축했으며, 일반인들에게 매우 잘 알려진 것 같았다. 
이미 몇 년째 하고 있는 행사같았다.

2. 예술가들을 잘 끌어들였다. 
목공업자, 수공예품 만드는 사람, 동전 찍는 장인, 
대장장이, 


아내가 그냥 물을 마시고 있는 게 아니고,
남편을 위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는 거라고 설명했다.

펜싱선생님, 저글링 하는 사람 등.
어떻게 이 사람들을 모두 여기 모을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라면 
전통공예가, 줄타는 사람 등을 부를 수 있겠다.

3. 시리즈 별로 동일한 것을 하여 비용부담을 줄이는 것처럼 한다.
가령, 중세 축제 이전에는 해적 축제, 판타지 축제 등 시기가 비슷한 시기 축제를 열어, 
해적 축제에 갔던 사람이 중세 축제에 와도 아주 잘 어울렸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절기마다 있는 축제로 이것을 할 수 있지 않을까.

4. 타겟을 잘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를 타겟하면 될까. 한복을 입는 시기는 대체로 초등학생일 때, 시집갈 때 이렇게 두 번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신혼부부들을 대상으로 하면 좋지 않을까.


5.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미국인들에게는 굳이 콘테스트에서 1등으로 꼽히지 않더라도 
중세차림을 하는 것이 큰 자기만족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궁궐 무료 출입, 한복 1등 선발 대회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6.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어야 한다. 
이 중세 축제로 창출되는 부의 효과는 엄청 나다. 
첫째로 입장료, 사람들이 먹는 음식비, 그리고 의류, 게임 등등 까지. 
게다가 매년 점점 더 규모가 더 커진다면 그 경제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7. 주말에 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쉬는 휴일에 해야 하니까. 그리고 교통체증이 없어야 하니까.


8. 주최측의 꼼꼼한 터치
진행요원들이 모두 중세옷을 입고, 중세 말투를 쓰게 한 것.
Lost & Found, Information 부스를 둔 것.
동선을 둥글게 하여 자연스럽게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한 것.

장소 선정 


아주 아름다운 벌판과 언덕으로 둘러싸인, 환상적인 장소였다. 게다가 이벤트가 열리는 곳은 그늘이 아주 많아 선글라스를 쓸 필요도 없었다. 

화장실: 충분한 화장실, 그리고 휴대식 세면대와 종이수건까지..


물 뿌리개: 사람들이 덥지 않도록 물을 뿌려주고 있었다.




이제 개인적으로

9. 기억에 남는 부스

악세서리 가게
마법의 지팡이 파는 가게
여왕과의 티타임 (24$)


상당히 연극같은 구성이었다. 여왕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갑자기 여왕의 보디가드들이 나타나 춤을 추며 입장했으니까.

거북이 경주


칼던지기 게임
펜싱수업
저글링 수업


오가닉 향수 파는 가게


아이들 놀이기구



타로카드 점 보는 곳





10. 기억에 남는 인물
Sir John, 
Thomas, 
기사들 (카스티아, 프랑스)
엘리자베스 여왕의 보디가드 들

Doctor D. 와 그 사촌


수염이 워낙 특이하셔서 말을 걸면서 친해졌다.
옆의 사촌 분이 여왕 앞에서 절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여자는 발을 앞으로 밀면서 인사하더라.

길거리에서 취해 그대로 자는 남자


덩달아 이 장난에 엄숙하게 동참하는 사람들이 더 웃겼다.


뮬란 혹은 아더왕을 떠올리게 했던 암벽 타는 여자아이


11. 중세의 옷차림

질문하니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의 영국식 옷차림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많았다.

궁금했다. 

왜 프랑스는, 독일은?
다른 유럽국가는?

정답은 입구에서 나누어준 안내서에 나와있었다.
이 르네상스 페어는 Willingtown을 모델로 하는데 영국 서쪽의 시골지역이란다.
부지런한 소작농들과 예술가들이 살았다.
이 지역은 특히 수확을 축하하면서 가장 괜찮은 마켓 페어를 하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중세에는 허리띠가 매우 유용하게 쓰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허리띠에 열쇠, 뿔, 권총, 물통, 맥주잔, 여우 꼬리 등을 찬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느슨한 와이셔츠에 몸을 꽉 죄는 코르셋으로 허리를 가늘게 보이게 하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간혹 7부바지를 편하게 입는 사람도 있었다. 


스코틀랜드 족 남자들은 퀼트로 된 치마를 입었다.
간혹 삼베옷을 입은 남자도 보여서 재미있었다. 이 남자가 맥주를 마시는 모습은 정말 최고.
여자들은 머리를 아름답게 땋고, 드레스를 입기도 했다. 팔에는 내용물이 다 보이는 바구니를 걸어 소지품을 넣어가지고 다녔다. 

궁중 복식을 입은 여자들은 아주 길고 풍성한 드레스를 입고 다녔다.



영국에 있을 때 이벤트 경영학 수업을 들은 것이 생각났다.
기말고사 과제는, 
아이들이 채소를 친근하게 여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Faire를 계획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구체적으로 누구를 초청할 것이며,
홍보는 어떤 매체를 통할 것이며,
공간 구획을 어떻게 할 것이며,
얼마의 비용이 들것이며,
각각의 부스에 대한 설명 등에 대해 기입해야 했다.

오늘 르네상스 페어는 이벤트 경영학의 관점으로 볼 때 아주 최적의 경험이었다.

더불어 한국에서도 이렇게 전통적 색채의 축제를
참가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즐기면서 이루어질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다.

어릴 적 꿈이 호텔 사장이었다. 
그 때 너른 초원에 한옥 호텔을 지을 것이라고 계획하면서,
보름달 밤이 되면 호텔투숙객들을 초원에 불러 다함께 강강술래를 하는 상상을 했다.

내 꿈이 미래에도 유효하다면, 
정말 한복을 입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를 계획해보고 싶다.





내가 무척 마음에 드는 사진!


놀라운 건, 이게 설정샷이 아니고, 
정말 축제의 한 장면을 찍었을 뿐이라는 것.

이 아저씨는 정말로 목발을 짚은 사람이었고,
저 아이는 축제참가자 중 누군가의 아들이었다. 

중세 복식을 입으니 더 영화의 한 장면 같다.





When? 

2014년은 9월 13일에서 10월 12일까지,
매주 토요일, 일요일에 축제가 있으니
참고하시길^^

How long?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데
우리는 오후 4시에 도착해서 단지 두 시간 봤을 뿐인데도
아주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서
산호세를 거쳐
홀리스터까지는..
한 3시간 반 걸렸던 것 같다..

What else?

그 날 날씨는 무려 104F
정말 내가 오븐에 구워지고 있구나 생각이 드는 날씨였다.
이 무시무시한 일기예보로 출발 하루 전 안 간다고 한 사람이 둘.
결국 우리도 연기할 뻔했지만 결국 셋이서 갔다.
정말.. 안 갔으면 후회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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